▲ 런던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지난달 25일(한국시간) 올림픽 선수촌에서 열린 북한대표팀 입촌식에서 북한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도 김은국, 세계신 세우며 金 목에 걸어
깜짝스타 엄윤철, 탁월한 작전 내세워 우승

[천지일보=김성희 기자] 런던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대표팀이 연이어 금메달 사냥에 성공하면서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김은국(24)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아레나에서 진행된 남자 역도 62㎏급에서 인상 153㎏, 용상 174㎏, 합계 327㎏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날 김은국은 지난 2008년 중국의 쉬쥐용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326㎏을 1㎏ 차로 갈아치우며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인상 기록 역시 쉬쥐용이 2002년 세운 세계기록과 같은 153㎏이다. 이는 쉬쥐용이 152㎏을 들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수립한 올림픽 기록을 경신하는 올림픽신기록이기도 하다.

이날 역도경기는 인상부터 김은국의 독주로 시작됐다.

1차 시기에 145㎏을 가뿐하게 들어 올린 김은국은 2차 시기에 5㎏ 추가된 150㎏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 마지막 3차 시기에서는 세계 타이기록인 153㎏을 성공시키며 뒤따라오던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장지(중국)를 13㎏ 차로 따돌렸다.

진짜 승부는 용상에서 결정됐다. 인상에 더 강한 김은국과 달리 장지는 용상에 강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1차 시기에서 170㎏을 성공시킨 김은국은 2차 174㎏에 실패했다. 하지만 3차 시기에서 174㎏을 간신히 성공시키며 합계 327㎏ 세계 신기록을 수립해 금빛 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0일 유도 여자 52㎏급 안금애(32)와 역도 남자 56㎏급 엄윤철(21)이 연이어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금메달을 목표했던 종목에서 순항을 펼치고 있는 것.

하지만 한국은 런던올림픽 개막 이후 수영과 유도, 펜싱에서 어처구니없는 ‘판정 번복’과 심판진의 편파 시비 등으로 연일 피해를 보고 있어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 총 56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북한은 유도와 역도에서 예상 밖의 선전으로 금메달 사냥에 성공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북한이 이 여세를 몰아간다면 금메달 4개, 동메달 5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던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의 기록을 능가할 가능성도 보인다.

북한의 적극적인 경기 모습 또한 세계인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유도는 선수들이 수비에 치중하며 한판승 품귀 현상을 일으켜 흥미와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하지만 안금애는 이름도 생소한 ‘오금대 떨어뜨리기’라는 기술로 유효승을 거두면서 인공기를 내걸었다.

안금애는 이제 지도자가 된 북한의 유도영웅 계순희(33)의 계보를 이었다. 경기 후 안금애는 “계순희의 정신을 따라 배우면서 나도 조금이나마 조국에 메달로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역도의 엄윤철과 김은국은 엄청난 괴력으로 세계무대를 제패했다.

작년 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중국의 우징바우를 제친 엄윤철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선수였다. 그는 작전상 예상기록을 일부러 낮게 신청해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따로 경기하는 B그룹에서 뛰었다. 국제경험이 적은 엄윤철에게 이 작전은 딱 들어맞았다.

기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자신감이 붙은 엄윤철은 용상에서 자신보다 세 배나 무거운 168㎏을 들어 올리며 올림픽신기록과 함께 우승을 차지했다.

앞으로 북한은 레슬링과 역도에서 추가 메달을 기대하며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을 향한 질주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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