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대법관 후보자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법 지키지 않는 대법관의 판결, 누가 신뢰할까” 반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치권이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놓고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역대 최악의 대법관 후보로 평가받던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는 지난 26일 자진사퇴했다. ‘종교편향’ 논란을 일으킨 김신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반발 움직임도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종교계와 시민단체는 김 후보자의 자질 논란을 거론하며 연일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신 후보자는 종교편향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김 후보자에 대한 종교편향 논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라앉기는커녕 더 확산되고 있다. 종교계는 잇따라 김신 대법관 임명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은 지난 26일 종교편향 논란에 휩싸인 김신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단과 상임분과위원장들은 성명을 통해 “김신 후보자는 자신이 기독교 신자라는 이유로 대법원의 판례마저 무시한 채 기독교계에 유리한 선고를 내리는 등 종교편향성을 보여왔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즉각 추천을 철회하고 당사자는 공직에서 자진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국회에 대해서도 김신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를 거부하라고 압박했다.

이들은 “종교편향적인 대법원의 판결을 국민이 어떻게 신뢰하고 누가 승복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대법원의 판결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대한민국 사법질서는 회복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 공동대표 박광서)은 최근 성명을 내고 “김신 후보자의 기독교 편향적 언행은 헌법에 위배된다”면서 후보 임명을 반대하고 나섰다. 종자연은 더 나아가 김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수사해 징계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김신 후보자의 기독교 편향적 행적과 발언이 탄핵 사유나 법관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헌법 20조 정교분리 원칙, 국가공무원법 제59조의2 제1항의 종교중립의무, 법관윤리강령 제3조 2항(종교에 의한 편견배제·차별금지), 법관징계법 제2조의 품위손상 및 법원의 위신 하락행위에 해당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반면 한국교회 보수 성향의 한국교회언론회는 논평을 통해 김 후보자는 종교편향이나 종교 중립성 훼손과는 거리감이 있다고 옹호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김신 후보자가 재판 과정에서 화해를 위한 기도를 요청한 것에 대해 “기독교적 의례를 제대로 모르는 것”이라며 “판사의 양심에 따라 그리고 양측이 같은 교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조정과 합의를 위한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일부 발언에 대해선 “개인 신앙의 표현이지 타 종교나 타인에게 위협이나 피해를 주기 위한 발언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정웅기 사무총장은 교회언론회 논평에 대해 “상식적인 차원에서 생각하자. 반대로 불교편향적인 발언을 하는 대법관 후보자가 올라왔다면 한국교회가 그냥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대법관의 자격을 갖춰야 하고 이를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의 종교편향성 논란은 다종교사회를 형성한 우리나라 안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김 후보자는 과거 “재판권자는 하나님”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부산지방법원 판사로 재직할 당시에는 교회 관련 소송에서 당사자들에게 기도를 시키고 이 기도에 ‘아멘’으로 화답한 것이 문제가 됐다. 또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와 달리 부목사의 사택에 대해 비과세 판결을 내려 사회적으로도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울산지방법원장 취임 직후에는 ‘부산·울산 성시화(聖市化)’ 발언으로 불교계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종교계는 김 후보자의 지속적인 종교편향적 태도와 공직자의 종교적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 등을 문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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