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요즘 한국 정치‧경제계의 최대 이슈는 경제민주화이다. 여야를 막론한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이 경제민주화의 실현을 최대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을 정도다. 이에 발맞춰 새누리당에서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을, 민주당에서는 경제민주화포럼을 출범시켜, 좀 더 국민들에게 다가서는 정책적 대안들을 이끌어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여러 가지 제안과 논의, 그리고 의견의 차이는 다분히 정치적으로만 들릴 뿐,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아울러 매우 협소한 부분에서 진행되는 논의가 마치 경제민주화의 전체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 예컨대 재벌의 규제 여부, 부의 공정한 분배 여부 등 한정적인 주제들에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을 붙인 탓에, 경제민주화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여야 간 경제민주화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른데다가, 재벌을 철폐해야 한다는 쪽과 재벌과 타협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는 그 진행 방향에 대한 의견도 가지각색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민의 눈과 귀를 호도하기 위한 속 빈 강정’이라는 의견에서부터 ‘공정한 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경제민주화란 보다 넓은 시각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인간다운 가치를 누리며 살 수 있도록, 경제의 여러 부분을 개혁하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세계적인 석학 노암 촘스키는 <경제민주화를 말하다>를 통해 경제민주화의 핵심 가치와 그 지향점을 제시한다. 이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대안을 읽노라면, 협소하고 답답한 논쟁 중심의 경제민주화가 아닌, 거시적인 경제민주화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기본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가난한 국가들,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에게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경제적‧환경적‧사회적 혜택을 되돌려서, 소외되거나 고통받는 사람들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이를 위해 금융수익과 조세 회피, 정보의 독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부를 쌓아가는 부자들과 다국적기업, 금융회사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자원의 독점과 고갈을 막아, 그동안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이 누리지 못했던 환경적 이점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노엄 촘스키 지음 / 위너스북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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