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라면과 맥주값이 오르는 등 억눌렸던 식품·주류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 욕구가 분출할 조짐이다.

작년말부터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 정부와 원가 상승에 따른 경영 압박을 호소한 업계는 사실상 신경전을 벌여왔다.

그러나 '막다른 골목까지 간' 업체들이 제품가 인상 카드를 과감히 꺼내 들고 있는데다 물가 당국에서도 업체들이 처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무시하고 '더 참아달라'고 요구하기가 어렵다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관여로 상반기 서민 물가가 비교적 안정됐지만 하반기 생활필수품 등 제품가 인상이 잇따르면 서민 가계는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라면·맥주값 5∼10% 인상 = 삼양식품[003230]은 내달 1일부터 '삼양라면'의 가격을 700원에서 770원으로 10% 올리는 등 6개 품목의 권장 소비자가격을 5∼10% 올린다고 27일 밝혔다.

삼양식품은 2008년 3월 이후 4년4개월 만에 제품가를 인상하게 된다.

라면의 주요 원료인 밀가루, 팜유 가격이 급등한데다 수프 원료인 농산물과 해산물의 가격도 폭등해 제품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논리다.

하이트진로[000080]로 28일부터 맥주 출고가를 5.93% 인상한다.

500㎖ 제품의 출고가는 1천19원에서 1천79원으로 60원 오르고 할인점 등 일반 소매점의 판매가격은 80원 정도 오를 전망이다.

맥주 가격 인상 방침이 알려진 이날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자'는 사재기 현상도 벌어졌다.

작년말 오비맥주가 수차례 출고가 인상 시도를 했다가 주류업 허가 당국인 국세청 등의 눈치를 보느라 철회했을 당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었던 하이트진로는 인상 의지를 드러낼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맥아, 보리 등 맥주의 주원료 가격 상승과 포장재료, 운송비 상승 등 가격 인상 압박을 더 견딜 수 없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도 업체들에 원가 상승 고통을 더는 감내하라고 요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소주의 원료가 되는 주정값이 이달에 들어 인상됨으로써 소주 출고가도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하이트진로는 그러나 서민 경제에 너무 밀접한 소주만큼은 아직 인상 계획이 없다는 생각이다.

동원F&B[049770]도 참치캔 가격 인상을 놓고 경영진이 고민을 거듭하다 7.6% 인상안을 최근 확정하고 유통업체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국내 참치캔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동원F&B는 참치캔 재료인 가다랑어 어획량이 줄면서 올해 시세가 작년보다 35%나 올라 가격 인상 요인이 타업체보다 큰 상황이다.

◇"우리도 올려야는데…" =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위스키업체도 출고가를 올리지 못해 안달이다.

상반기 위스키 판매량이 작년보다 10.1% 감소한 가운데 업체별로 디아지오코리아의 주력 제품인 윈저는 4% 줄었고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임페리얼'은 14.7%나 떨어졌다.

롯데칠성[005300]의 '스카치블루'도 11.4% 하락했다.

디아지오는 지난 4월 제품 생산비와 물류비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면서 제품 공급 가격을 6% 안팎으로 인상하려했다가 '유보'했다.

식품업계도 '인상 대기' 선상에 줄줄이 있다.

CJ제일제당[097950]은 최근 햇반과 다시다 등의 제품가를 8∼9% 인상한다고 대형마트에 통보해둔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은 앞서 지난 4월에도 대형마트에 제품가 인상을 통보했다가 유보했었다.

풀무원은 작년 12월 두부와 콩나물 등 10개 품목의 제품을 7%대로 인상한 지 하루 만에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에 협조한다'면서 보류했다.

서울우유도 최근 흰우유 1ℓ들이의 가격을 2천300원에서 2천350원으로 올리자 다른 유업체들도 인상을 검토하기도 했다.

작년초부터 제품가 인상을 고려해온 제빵·제과업체들도 최근 국제 곡물가가 치솟으면서 원재료 상승 부담이 가중된데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는 10월 전에 '어떻게든 가격 인상 문제를 털고 가야한다'는 결론을 내부적으로 내린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휴가철을 전후해 일부 업체들의 가격 인상 시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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