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부터 시계반대 방향)① 배요섭 옹기장의 옹기시연작 ② 한산모시짜기 ③ 김환경 채화칠장의 옻칠 작품. (사진: 천지일보DB, 문화재청 제공)

 

무형문화재 턱없는 지원… “전승 끊길까 염려”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미국 하버드대에서 푸레도기 시연을 보일 때 교수들과 전문가들이 모두 놀라서 기립박수를 쳤어요. 정말 한국 문화재 대단하다면서 말이죠. 그런데 정작 국내에선 관심도 못 받고 실생활에선 옹기를 쓰지도 않아요. 거기다 지원도 적고 배우러 오는 학생들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도망가 버리니, 이거 참 할 말이 없죠.”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옹기장 배요섭(86, 서울 무형문화재 제30호) 선생은 지난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장인에게 그에 걸맞은 국가적 지원이 부족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게다가 국민적 관심도도 낮아서 마음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배 선생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사실 우리무형문화재 전반에서 표출되고 있다. 그리고 그 문제의 본질은 무형문화재에 대한 지원과 전승에 있다.

문화재청에서 지난 6월 말에 발표한 ‘주요업무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180명, 전수교육조교 298명, 이수자 4471명, 전수장학생 75명 등 총 5024명이 기․예능 분야에서 종사한다.

또 무형문화재는 국가지정일 경우 보유자 130만 원, 전수조교 70만 원, 전수장학생 30만 원, 보유단체 300만 원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시․도지정일 때는 보유자 80~90만 원, 전승조교 40만 원, 전수장학생에게 10만 원이 지원된다. 인간문화재가 받는 월급은 평균 100만 원 안팎인 셈이다.

무형문화재는 지원금으로 창작활동비와 생활비를 대신하는데 이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채화칠장 김환경(69, 서울시무형문화제제1호) 선생은 “재료값이 하늘을 찌른다. 한관(옻을 세는 단위)에 약 280만 원인데 작품 한두 개 정도 만들 수 있는 수량”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임에도 전통문화의 명맥을 이어가는 장인들은 공연과 전시를 통해서 문화재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회를 통해서 문화재를 접한 학생들이 명맥을 잇겠다고 찾아오기도 하지만 문화재의 속사정을 알고 나면 얼마 버티지 못한다고 장인들은 하소연했다.

한산모시짜기 보유자 방연옥(68,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선생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면서 “태모시만들고 째기 할 때 입을 많이 사용해 입술이 다 부르트고 피가 난다. 그걸 참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그걸 못 견디고 그만둘 때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장인들의 정교한 기술을 배우려면 적어도 2~5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교통비밖에 안 되는 지원금에 사회적 관심도도 낮아 전수생은 어느새 지쳐 다른 길로 돌아서 버리고 만다는 지적이다.

현재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중요무형문화재 127개 종목 가운데 27개 종목 약 20%가 전수조교가 없는 상태다.

특히 6월 발표된 ‘전승 취약 종목 50종’ 가운데는 가곡․줄타기․택견․한산모시짜기 등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도 포함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무형문화재 전승 및 지원을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전승지원사업’을 위탁받아 운영 중에 있지만 아직 성과는 미비하다.

이와 관련,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전승지원사업 조종원 담당자는 “강습지원과 주관전 승지원활동사업, 공개행사 등 세 분야로 나눠 문화재의 활동과 전승 부분에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30억 원(국고)의 적은 예산으론 중요무형문화재 외에 시․도 지정 무형문화재까지 지원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계 전문가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은 물론 국민들의 활발한 참여와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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