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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모닝두부, 저녁은 미니와인… 쓸쓸함 속의 자유
한국, 올해부터 1인 가구 비중 가장 높아

싱글족, 업계 큰손 부상
‘작고’ ‘편리하고’ ‘실속’
독신 전용 가구·아파트
1인 전용 식당에 주점까지
미니 식품 코너도 인기
나홀로 직장인도 늘어

[천지일보=이솜 기자] 최근 ‘나홀로족’ ‘싱글족’ ‘1인 가구’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4월 통계청은 2010~2035 장래가구 추계를 통해 올해부터 1인 가구의 비중이 가장 높아졌다며 우리나라 가구구성 변화를 전망하기도 했다.

가상인물인 직장인 나홀로(37, 남, 서울시) 씨의 사례를 통해 최근 변화하고 있는 나홀로족의 삶에 대해 살펴보자.

지난 25일 알람 소리에 눈을 뜬 나 씨는 출근 전 회사 근처의 편의점에 들렀다. 아침식사 해결을 위해서다.

아침식사로 적합한 죽과 모닝두부, 해장국 등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한 곳에 따로 마련돼 있다.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에는 나 씨 외에 또래 직장인들이 식사 중이었다.

나 씨와 같은 ‘홀로족’ 직장인들 덕분에 편의점의 아침 매출은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나 씨는 서울권 지하철 9호선 24개 점포의 아침 시간대 매출은 전체 매출의 30.3%나 차지했다는 신문 기사가 생각났다.

근무 중 나 씨는 잠시 인터넷 쇼핑을 했다. 지난번 미니 밥솥을 구매한 뒤로 나 씨는 ‘1인용 상품’을 즐겨 찾고 있다. 어떤 상품이 1인용으로 새로 나왔나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늘은 빨래량 7㎏ 기준으로 1회 빨래 시 사용할 수 있는 ‘세제믹스’를 골랐다. 마치 커피믹스처럼 포장돼 간편하게 사용하기에 좋다. 이전에는 큰 세제가 보기 좋지 않게 자리를 차지하고 또, 한 번 사면 오랫동안 사용하느라 관리하기에 불편했다. 세제가 굳어 얼마 쓰지도 않은 세제를 버린 적도 종종 있었다.

나 씨는 이사할 때 큰 마음을 먹고 샀던 대형 냉장고도 최근 중고시장에 팔았다. 대신 100리터대의 소형냉장고를 구매한 나 씨는 꽉 채워진 냉장고를 생각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점심시간. 일본식 라면을 먹고 싶은 나 씨는 단골 라면집을 찾았다. 식당 테이블 대신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독서실 칸막이 대여섯 개가 보였다. 발권기에서 라면세트를 주문·계산하자 식권이 나왔다.

2인석에는 자리가 남았는데 1인석은 직장인과 대학생들로 꽉 찼다. 식당 종업원이 “점심에는 혼자 오는 직장인들이 주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조금 기다리니 자리가 났다. 젓가락 소리와 가요만이 흘러나왔다. 칸막이가 있어 옆 사람 눈치를 볼 것도 없었다.

직장에 왔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직장 동료와는 업무상 꼭 필요한 대화만 한다. 직장인 4명 중 1명은 동료와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 씨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조금 씁쓸한 현실이지만 이미 나 씨는 익숙해졌다.

퇴근시간이 되자 나 씨는 한 대형마트로 향했다. 나 씨와 같은 나홀로족을 위한 식품 코너에 가서 1인용 중화코스요리를 샀다. 작은 크기이지만 실속 있어 종종 찾는 음식이다.

집에서 저녁식사를 해결한 나 씨는 곧 출출해져 1인용 주점에 갔다. 술을 마시던 나 씨는 오전에 봐 두었던 미니와인과 1인용 샐러드를 구입해 런던 올림픽을 보며 먹기로 결정했다.

나 씨는 집에 들어가 독신 남녀전용 상품으로 나온 아파트와 가구를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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