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 무늬 큰 접시: 봉황(鳳凰)과 각종 새가 그려져 있는 접시. 오동나무와 모란 등을 배경으로 한 쌍의 봉황이 호응하고 있으며, 그 둘레로 여러 종류의 새가 날고 있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봉황은 모든 새가 왕으로 봉황이 나타나면 뭇 새들이 뒤따른다고 하였다. 이러한 도안은 천자가 천하를 잘 다스려 태평성대가 이루어지길 축원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봉황 무늬 큰 접시’ 등 中유물 100여점 선봬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예로부터 한반도를 포함해 동양에서는 ‘복(福)’을 비는 풍습이 강했다. 인간의 힘을 초월한 ‘행운’이나 ‘천운’ 등 신의 영역에서 베풀어주는 자비와도 같은 ‘복’은 만사가 형통하고 행복해 넉넉한 삶을 살고자 했던 조상의 바람이다. 이에 의식주와 관련된 물품에 복을 뜻하는 상징을 새겼는데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중국 미술 속 길상(吉祥)을 소개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24일부터 9월 2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관 중국실에서 테마전 ‘길상, 중국 미술에 담긴 행복의 염원’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누구나 알고 있는 길상이라는 친근한 주제를 가지고 중국 미술의 다양한 분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공․사립 박물관과 개인 소장가의 관련유물 10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길상은 보통 복되고 좋은 일이 있을 조짐을 뜻하나 넓게 보면 인간이 살면서 이루어지길 소망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 미술에서 발견된 수많은 소재 중 주로 길상에 관련된 것이 많고 이것들은 행복한 삶에 대한 강한 염원을 반영하고 있다.

전시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눠 중국 미술에 담긴 길상을 소개한다. 제1부는 중국 고대 미술 속 길상을 주제로 길상의 기원에 대해 알아본다. 전시작품은 신선과 각종 서수(瑞獸)가 그려진 공예품, 길상어구가 있는 와당 등 고대 중국인의 현세관과 내세관을 담고 있다.

작품 중 ‘신선과 동물무늬 거울’은 서왕모와 동왕부, 토끼 등이 표현된 청동 거울이다. 서왕모는 불로장생의 약과 선도(仙桃)를 갖고 있어 장생을 주관하는 신으로 여겨졌다.

서왕모 옆에 토끼는 불사의 약을 찧는 동물로 장수를 상징한다. 이렇게 장수와 부, 자손 번영 등의 관념은 길상 표현의 원형이 돼 긴 세월 동안 그 의미를 잃지 않고 전해졌다.

▲ 혼례복: 청대의 혼례복이다. 혼례복은 주로 붉은 색을 사용하는데 붉은 색은 벽사(辟邪)를 나타내며 행복을 상징하는 길한 색깔이다. 물과 산, 구름을 배경으로 중앙에 위치한 용의 모습은 상서로움과 길조를 상징한다. 용을 비롯한 문양의 대부분을 금사(金絲)로 화려하게 수놓았다.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제2부는 상서로움과 권위를 상징하는 용과 봉황을 소개한다. 중국에서는 천자가 덕으로 나라를 살펴 두루 평안하게 되면, 용과 봉황이 그 상서로운 징조를 미리 보여준다고 믿었다.

용과 봉황은 길조를 뜻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태평성대를 구현하는 황제의 권위를 상징한다. 전시된 작품 중 ‘봉황무늬 큰 접시’는 봉황과 각종 새가 그려져 있다.

오동나무와 모란 등을 배경으로 한 쌍의 봉황이 호응하고 있으며 그 둘레로 여러 새가 날고 있다.

봉황은 모든 새의 왕으로 봉황이 나타나면 뭇새들이 뒤따른다고 한다. 이러한 도안은 천자가 천하를 잘 다스려 태평성대가 이뤄지길 축원하는 의미가 있다.

상서로움과 경사를 상징한다는 의미가 확장되자 궁궐에서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용과 봉황이 그려진 기물들을 사용, 도자와 예복 등이 출현됐다.

제3부는 중국 미술 속 다양한 길상 표현들을 다룬다. 중국인은 오복(五福)이 이루어져 평안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소망했다.

오복이란 행복․관직․장수․기쁨․재물을 뜻하며 실제 중국 미술의 길상 표현들은 앞의 세 가지 주제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전시작품 중 여기의 ‘화조도’는 설경을 배경으로 한 쌍의 꿩과 대나무, 매화, 동백을 섬세한 필치로 표현했다. 꿩은 오덕(문․무․용․인․신)을 갖춘 고결한 문인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는 올해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성격을 지닌다. 길상이라는 주제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문화 교류 흔적을 살피고 나아가 우리 주위 회화나 공예 전반에 반영된 길상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