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도학 교수(왼쪽), 조우연 연구교수
역사학계 갑론을박… 한국고대사 학술회의서 여진史 귀속 문제 논의

이도학 교수
여진 세운 金 시조·국호
‘신라서 유래’ 문헌 확인

조우연 교수
유물·유적에 차이 있어
한반도, 자체문화 형성

[천지일보=김성희 기자] 여진족의 역사를 한국사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역사학계가 들끓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린 ‘한국고대사의 시공간적‧문헌적 범위’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에서 ‘한국사의 확대 과정과 여진사(女眞史)의 귀속 문제’가 논의됐다.

◆“고구려, 발해는 한국사 편제… 동일지역서 활동한 여진족만 애매”
이 자리에서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유적학과 이도학 교수는 여진족 역사를 한국사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한국사의 강역(통치권이 미치는 영역)은 대동강에서 원산만까지의 북계에서 꾸준히 북상했다. 더불어 만주 지역에서 생성과 성장‧소멸을 거듭했던 종족의 역사 중 부여와 고구려, 발해는 한국사에 편제됐다”고 지적하며 “그런데 동일하게 만주 지역에서 활동했던 여진족의 역사는 애매한 상황”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여진족이 세운) 후금이 산해관(山海關) 이남으로 진격해 중원대륙을 제패하고, 청이 됐을 때는 중국사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전의 여진사는 한국사에 편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여진족의 한국사 귀속 이유로 “12세기 금나라의 기원이 한국과 관련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사’를 비롯해 ‘이역지(異域志)’ ‘신록기(神麓記)’ 등 그가 제시한 문헌에는 금나라의 시조를 신라인 혹은 고려인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나라 건륭제 때 편찬한 ‘만주원류고’에서도 마찬가지로 금나라 시조를 신라로 기록하고 있으며, 국호 또한 그 시조 성씨인 신라 왕 김씨에서 유래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그는 “‘만주원류고’에서는 금나라 시조의 출원지를 신라로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금조와 그 후신인 청나라 역시 자국의 연원을 신라에서 찾고 있음을 내세웠다.

더불어 이 교수는 “민족주의 사학자 백암 박은식의 역사인식을 계승한 손진태는 한국사를 구성하는 족속으로 남북 9족을 말했고, 이 중 청나라의 원류인 숙신(肅愼)이 포함돼 있다”고 거론했다.

금나라 이전에 존재했던 숙신을 고구려의 부용 세력으로 간주하며 금사(金史)를 한국사에 편제시켰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한국전쟁 때 손진태가 납북된 후 여진의 역사를 한국사에 편입시켰던 역사의식을 계승하지 못하고 묵과한 당시 서울대 관련학과 교수들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중국이 동북공정(東北工程)과 ‘장백산 문화론’을 앞세워 고구려‧발해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고 있는 이때, 여진사의 한국사 편입은 역사왜곡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방안이 된다”고 말했다.

◆“여진사, 한국사 귀속” 주장, 학계에 큰 파장
한편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조우연 연구교수는 발해 북쪽‧요하 서쪽 유역에서 발생‧발전한 요하문명(遼河文明)을 한국사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조 교수는 한국문화기원 이론을 주장한 역사학자 이형구의 주장을 들어 “한국문화는 시베리아에서 한반도로 전해졌다는 기존의 고고학계 주장과 달리 발해연안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형성‧발전된 문화”라고 말했다.

그는 유물‧유적 조사를 통해 발해연안에서 자생한 문화가 고조선‧부여‧고구려‧백제‧신라의 역사시기로 계승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시베리아 지역보다 연대가 천 년 이상 앞선 빗살무늬 토기가 발해연안에서 발견된 것을 볼 때 한국문화는 중국 동부에서 발생한 요하문명과 맥을 같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요하문명과 한반도문화가 비파형동검문화‧석묘문화와 유물조합에 있어 차이를 보이는 점을 들어 서로 다른 문화권임을 주장했다.

여진사의 한국사 귀속에 대한 이 교수의 주장은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조경철 연세대학교 강사는 “이 교수의 주장이 그동안 중국에 대항해 전고려(前高麗)와 발해의 역사를 방어하기에 급급했던 역사학계의 안이한 역사의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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