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조선일보가 태풍 ‘카눈’의 사진이라며 1면에 실은 사진이 사실은 3년 전에 찍은 사진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적으로까지 망신살이 뻗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해당 사진을 송고한 기자는 조선일보에서 사직했고, 조선일보사는 해당 기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의 오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태풍 ‘카눈’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에는 1면 머리기사에 이명박 대통령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잘못 기재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탁상취재의 극치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비판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조선일보는 중앙, 동아일보와 함께 대한민국의 주요 중앙일간지로 꼽히는 신문사다. 그만큼 오랜 시간을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재인력이나 환경도 신생 언론사들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러함에도 왜 이런 오보와 실수가 자주 일어나는가. 얼마 전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전남대 납치 사건’과 관련해서도 그렇다. 조선일보는 해당 사건의 사실여부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사실과는 다른 방향으로 재빠르게, 그것도 편파적으로 보도했다. 이 사건에 대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보도도 마찬가지다. 이는 기득권 내지 보수언론의 사명의 한계를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해당 사건의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음에도 각 언론사들은 사실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도 않고 보도하기에 바빴다. 언론사마다 인터넷판이 있는 만큼 사이트 유입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확인도 없이 올리는 편파적인 보도로 인해 상처받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 것 같다. ‘전남대 납치’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한 언론보도를 부탁한 것만 봐도 오늘날 언론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언론이 많아질수록 사실과 진실을 알리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독자들 또한 양질의 기사를 접하는 기회가 많아질 것 같았지만 작금의 언론시장을 보고 있으면 헛된 바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언론이 참으로 많다. 주요 일간지들의 오보를 비롯해 각 언론의 인터넷판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올리는 선정적인 기사들과 광고들을 보면 이 시대의 진정한 언론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예로부터 언론과 언론인의 사명은 사람들에게 사실을 전하고 진실을 알리는 일이었다. 꼭 깨우쳐야 할 일이 있다면 언론이 그 사명을 감당했으며, 진실을 위해서라면 위태로운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펜이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시대의 언론은 어떠한가. 과연 펜이 칼보다 강한가, 아니면 칼이 펜보다 강한가. 진보와 보수, 기득권 등을 떠나 대다수의 언론이 펜의 중요성을 잊고 사는 것 같다.

이는 일반 사회언론도, 종교언론도 마찬가지다. 특히 종교를 다루고 있는 종교언론의 역할이야말로 주요 사회 일간지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종교가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종교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제대로 된 소식을 전해야 한다. 특정 종교에 대한 편견으로 인한 잘못된 정보의 전달은 해당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물론 나아가 사회에도 큰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다면 편파보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종교계 언론들이 유독 편파와 편견보도가 많은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물론 대부분의 종교 신문은 한 교단이나 종단, 종파에 종속된 경우가 많다. 해당 종단, 교단의 입장을 대변하는 만큼 자신과는 다른 소속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특히 개신교의 경우, 참으로 많은 교단과 교파가 있는 만큼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정당화시키기 위해 다른 소속의 교단, 교파를 정죄하는 일도 없지 않았다. 한국교회라는 이름으로 마치 하나인 듯 외치지만 결국 자신이 속한 교단만이 진리인 양 행동한 결과가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다. 언론도 어느 한편만의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다가는 언론으로서의 사명 감당은커녕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언론과 기자들을 향한 촌철살인과 같은 말이 나돌고 있다. ‘엄마, 나도 기자나 할래요’라는 말이다. 공정한 언론이 되지 못했을 때,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기자가 기자로서의 사명을 다하지 못했을 때 듣는 말이다. 그저 인터넷에 올라오는 대로, 혹은 한 쪽의 입장만을 토대로 작성한 기사와 선정적인 기사 등 오보와 무책임함으로 점철된 오늘날 언론의 모습을 조명한 것만 같아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렇기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더더욱 언론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공명정대한 언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또한 아무리 작은 언론사라 할지라도 언론의 공명정대함을 잃지 않으려는 언론사를 향해서는 응원의 손길을 보내는 것도 ‘진정한 언론’이 나타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국민의 염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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