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지난해 10월부터 보급하고 있는 4계절용 신형 전투복이 더위에 취약하다는 논란이 일자 하계용 전투복 지급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언론들이 군의 ‘찜통 군복’을 지적하는 기사를 보도하면서다.
국방부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온난화에 따른 이상 고온현상으로 장병들이 무더위를 많이 느낌에 따라 하계 전투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우선 지휘관 책임 하에 부대별로 신형 전투복과 구형 하계전투복을 혼용 착용토록 하고, 4계절용 신형 전투복을 3벌씩 지급하던 것을 조정해 4계절용 전투복 2벌과 하계용 전투복 1벌을 지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활동성과 위장성이 뛰어난 신형 디지털무늬 전투복을 도입했다. 그러나 면과 폴리에스터 소재의 이 군복은 땀 배출과 통풍이 안 돼 레이온 소재의 구형 전투복보다 덥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국방부의 이번 보도자료에는 궁색한 변명이 그대로 도드라져 나온다. 최근 온난화에 따른 이상 고온현상 때문에 장병들이 무더위를 많이 느끼게 된다는 논리인데, 그럼 온난화가 없었다면 신형 군복이 그런대로 입을 만했을 것이라는 말인가. 신형 전투복은 폴리에스터와 면을 섞어 제작했다. 이 소재의 경우 땀을 흡수할 수는 있지만 땀을 밖으로 배출할 수가 없다. 애초에 지구 온난화와는 무관하게 소재 자체가 덥다는 것이다.

육군에 새로 지급된 베레모도 문제다. 베레모는 모직 재질이고 이마와 닿는 부분이 가죽 재질이어서 보기만 해도 덥다. 착용했을 때 더운 것은 당연지사다. 처음부터 ‘여름’을 생각하지 않고 제작했다는 얘기다. 군 행정권자들이 갖고 있는 사고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국방부의 모든 정책은 ‘전투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방부는 전투력 강화 차원에서 신형 전투복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계절을 생각하지 않은 탓에, 오히려 장병들의 전투력이 떨어지고 있다. 당장 앞에 있는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보지 못하는 시책을 국방부는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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