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스튜디오 이용일 입주작가. (사진촬영: 김성희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잠실창작스튜디오 이용일 입주작가의 포토 스토리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지난 6월 아주 특별한 사진전이 예술의 거리 홍대에서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허물고 누구나 쉽게 참여 하고 감상할 수 있는 ‘프로추어 스토리’ 사진전이 홍대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개최된 것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합성어로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예술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추어 스토리’전은 전문 사진작가 한 명과 타 분야 예술인 아홉 명이 의기투합해 기획한 전시다.

이달 6일 성황리에 마무리한 전시는 ‘경계를 허물다’에 초점을 맞췄다. 전시의 주제는 비단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만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 10인은 8명이 장애예술인, 2명은 비장애인으로 구성됐다. ‘프로추어 스토리’전은 장애와 비장애의 편견을 허물고 ‘사진’을 통해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던 것이다.

이번 기획전시는 잠실창작스튜디오(구 장애인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들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진행해 온 ‘빛을 담아 찰칵’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빛을 담아 찰칵’ 프로그램은 이용일(37) 입주작가를 중심으로 타 분야 예술작가들이 모여 사진의 기초를 배우며 사진에 철학을 담는 데 주력했다.

기획사진전이 폐막하던 지난 6일 기자는 잠실운동장 내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이용일 작가를 만났다.

프로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이 작가는 전국에 많은 장애예술인을 대표해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공적인 공간에 입주하게 된 사명감과 책임감을 통감해 혼자만의 예술세계에 정체하지 않고 ‘사진’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 작가는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계약 기간이 1년이다.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진 것이라 이 기간에 입주작가 모두가 새로운 분야를 통해 협업할 기회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협업의 처음이 ‘사진’이 됐다”고 말했다.

이 작가의 뜻이 다른 입주작가들에게도 좋은 제안이었으나 선뜻 사진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았다. 바로 사진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예쁘고 보기 좋은 것이 사진’이라는 편견 때문에 신체적 장애가 있는 입주작가들에게는 어려운 도전 같아 보였다고 한다.

이에 이 작가는 사진에 대한 편견을 부수기 위해 사진이 흔들리고 빛이 덜 들어와도 작품이 된다는 것을 참여 작가들과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배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차츰차츰 사진을 이해하게 되고 편견을 무너뜨리게 됐다는 이 작가는 이번 일을 통해 예술계의 단합과 다양한 시각이 넓혀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통해 협업을 제시했던 이 작가는 이번 기회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 귀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회사원으로 평범한 생활을 하다가 건강이 악화돼 휴식을 취하던 중 취미생활로 사진을 찍었다는 이용일 작가.

“사진을 찍으면 여러 곳을 돌아다니게 되니까 운동 겸 취미로 혼자 사진을 찍다가 사진모임에 나가게 됐어요. 그때 중증장애인 형님을 한 분 만났는데 흔들리는 손으로 사진을 찍더라구요. 그때 처음 느꼈죠, 흔들리는 사진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이후 취미로 하던 사진을 전문적으로 하고 싶어 대학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진은 그가 가지고 있던 장애라는 편견도 허물 정도로 그를 감동시켰고 새로운 삶을 제시했다.

사진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작가는 한참을 웃었다. “처음에는 마냥 재밌었다. 그런데 깊이 공부할수록 어렵더라. 오히려 이게 매력이지 않나?”라고 넌지시 말하던 이 작가는 “그냥 좋다. 이유가 없다”고 지그시 웃어 보였다.

이 작가는 사진을 찍기 전엔 그저 세상에서 물 흐르듯 조용하게 존재감 없이 평범하게 지내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진을 통해 예술세계로 들어와 보니 자신보다 더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멋진 꿈을 꾸며 작업하는 작가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어디서도 찾지 못했던 감동을 만나게 해준 사진이야말로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는 소통의 창구가 됐다고 말했다.

“많은 것을 깨닫고 느끼게 해준 사진을 나혼자만 찍는 것이 아니라 공유한다면 더 큰 가치를 느끼게 해주고 살아간다는 것에도 힘을 주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기획전시 참여작가들도 이러한 뜻을 이해해줬구요.”

‘프로추어 스토리’ 사진전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들의 협업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오는 12월에는 사진과 미술분야를 접목한 새로운 예술전시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작가는 기획전시의 성공처럼 오는 예술 전시도 다양한 표현을 통해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분주히 노력하고 있다. 그와 동료의 노력이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다가서는 만큼 올겨울 진행되는 전시는 많은 이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공간에서 소통의 장이 펼쳐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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