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이정식 사무처장. ⓒ천지일보(뉴스천지)

건강·삶의 질 중요시해
시간 단축 긍정적 기대

[천지일보=이솜 기자] “사실 근로기준법 49조에는 주5일제라는 말이 없습니다. 주40시간이라고 돼 있죠. 그러나 사람들에게 주40시간이라는 단어보다는 주5일이 친숙하고 공감이 가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노동계에서 주5일제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것입니다. 근로시간 단축이 쉽게 되지 않는 이 시점, 노동계에서도 전략적 사고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 주44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이기 위해서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은 ‘주5일 근무제 전도사’로 변신했다.

주5일 근무를 하고 주말에는 산으로 놀러 가자는 뜻으로 ‘여러분, 불자되세요’라는 현수막을 관악산 입구에 걸어놓기도 했었다.

또 주5일제 관련 토론회와 전국 순회 강의, 언론 취재와 인터뷰 등에도 빠짐없이 나갔다. 주40시간이라고 하면 갸우뚱했던 사람들도 주5일이라고 하니 이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성과도 있었다.

2012년, 법정근로시간은 40시간이지만 실근로시간은 이보다 훨씬 많은 사업장이 많은 것에 대해 지난 10일 한국노총사무실에서 만난 이 사무처장은 저임금 문제를 먼저 꼽았다.

이 사무처장은 “장시간 노동은 곧 저임금과 같은 말”이라며 “한 달에 100만 원을 버는데 이 중 50만 원이 휴일 특근이나 초과시간을 통해서 얻는 임금이라면 초과 근로가 불가피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올해 실노동시간을 줄여야 하는 이유로 그는 ‘경제 불안’을 들었다. 자칫 대량 실업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일자리를 나누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 사무처장은 “시기가 늦긴 했으나 이 같은 이유로 올해를 실노동시간 단축의 해로 정하려고 했었다”며 “이를 위해서 사업장별로 실태조사를 실시해 시동을 걸고 있다. 대선에서도 이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도 장시간 근로문제를 적극 추진하던 고용노동부의 입장이 변한 것에 대해서는 역시 재계의 입김이 세게 작용한 점을 들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시장이 주도하기 때문에 재계의 압박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노동운동 진영에서 정교하게 고민해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획기적인 국민적 운동을 통해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정 각각의 반성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모두 “근로시간을 줄이자”라고 외쳤지만 실질적인 노력의 측면에서 좀 더 촘촘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 문제를 가지고 여기까지 끌게 된 것은 각자 주장만을 외치다가 끝나버린 탓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의 노동시간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이 사무처장이 꼽은 기대할 만한 요소는 뜻밖에도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일에 대한 가치관’이었다. 이와 더불어 앞서 말한 국민적 운동이 전개될 때 장시간 근로에 매였던 근로자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요즘은 다행스럽게도 돈이나 남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 내 건강과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젊은 근로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와 발맞춰 노동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을 알리는 캠페인 등 홍보 활동도 함께 진행해 국민적 운동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