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큐브 대표 임병걸 씨. (사진: 정인선 기자)ⓒ천지일보(뉴스천지)

커피큐브 임병걸 대표
생활소품 활용 가능한 커피부엉이 ‘씨울’ 개발
커피찌꺼기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줄여
커피환경캠페인 통해 인식개선에 적극 나서

[천지일보=김성희 기자] “커피는 일회용이지만 씨울(C-Owl)은 일회용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기호식품인 ‘커피’를 만들고 난 후 생기는 찌꺼기에 관심을 기울인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커피큐브’ 대표 임병걸(34) 씨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커피찌꺼기와 환경캠페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임 대표는 커피찌꺼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환경 지킴이로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많은 양의 원두커피를 수입해 소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버려지는 찌꺼기의 양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 커피찌꺼기를 재활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이 사실에 주목한 임 대표는 커피찌꺼기를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게 됐다. 그중 하나가 초등학교 교과과정 중 하나인 비누 조각 시간에 비누 대신 커피찌꺼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저도 학교 다닐 때 기억이 나는데요. 비누는 화학성분이 들어있어 먹게 되거나 할 경우 유해하잖아요. 아이들이 조각칼을 사용하는 것도 위험하고요. ‘이것을 커피찌꺼기를 활용해 대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임 대표는 원두 찌꺼기에 식품첨가물이나 화학성분이 아닌 먹어도 해가 없는 접착제를 사용해 네모난 비누 모양의 커피찌꺼기를 만들었다. 비누를 대신할 천연 실습재료인 것이다. 이것이 커피큐브의 시초다.

이 커피큐브로 비누조각을 대체하면 아이들이 위험한 조각칼 대신 ‘줄’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실습할 수 있다. 또 버려지는 커피 쓰레기를 재활용함으로써 처리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 커피찌꺼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이 줄어 환경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기 위한 일은 쉽지 않았다. 그는 눈길을 끌기 위해 처음의 네모모양에서 탈피해 귀엽고 친근한 동물모양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부엉이 모양 생활소품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모양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부엉이를 찾았는데,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예쁜 거예요. 동물 자체의 의미도 좋고요.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지 않나요?”

커피부엉이 씨울(C-Owl)을 개발한 임 대표는 환경캠페인을 할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강릉 ‘커피축제’를 발견했다. 커피관련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이 축제는 커피찌꺼기 환경캠페인을 소개할 좋은 기회였고, 축제를 주관하는 강릉문화예술진흥재단 측도 흔쾌히 승낙했다.

“먼저 축제에 커피찌꺼기 환경캠페인을 같이 진행해 아이들에게 학습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강릉시에 제안을 올렸어요. 추진해보자고 응답이 와 부스를 만들고 아이들이 체험도 하고 환경에 대해 공부할 수 있도록 진행했어요.”

강릉 커피축제를 시작으로 임 대표는 본격적인 환경캠페인을 펼쳤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무거운 커피찌꺼기를 수거하기 위해 밤새 동네에 있는 커피전문점을 돌아다닌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또 가정용 전기를 쓰는 집 지하에 커피찌꺼기를 말리기 위한 작업실을 만들다 보니 평소보다 10배가 넘는 전기세가 나와 한전 직원이 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공과 환경을 위해 시작한 일이라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에는 스타벅스에서 커피찌꺼기를 제공받고 자원봉사 협조를 받아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8월에는 그가 희망하던 대로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커피환경수업을 진행하게 됐다.

“금정초등학교에서 2~4학년 4개 반씩 정규수업시간에 커피찌꺼기 환경교육과 체험을 진행하게 됐어요. 학교 측도 전 학년을 대상으로 수업해 달라고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우선은 여력이 되지 않아 시범적으로 실시할 예정입니다.”

이번 초등학교 프로그램도 스타벅스와 함께한다. 스타벅스 소속 바리스타에게 커피찌꺼기 환경교육을 해주면 그들이 초등학교에 나가 아이들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자원봉사방식이다. 기업은 재료와 자원봉사를 지원해 사회에 환원하고, 커피큐브는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커피부엉이 씨울이 1마리 입양되면, 환경교육체험에 1명의 아이가 무료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이번 금정초등학교 환경교육도 이런 방식으로 무상 지원하는 겁니다.”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힘을 얻는다는 임병걸 대표는 커피찌꺼기를 100% 재순환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한다.

“제가 커피큐브를 만든 목적은 국내 커피찌꺼기를 100% 재활용하기 위해섭니다. 그러면 비용도 절감되고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되고 수익창출이 될 수 있어요.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하면 더 좋겠죠.”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커피를 만들고 버려진 원두 찌꺼기가 그의 손에서 화려하게 변신했다. 단순히 버려질 쓰레기를 재활용해 환경을 보호하고 교육의 효과까지 보는 일석삼조의 ‘커피’의 세계를 선보인 임병걸 대표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 씨울은 100℃ 이상의 물로 살균 처리된 원두의 순수 잔류물로 만들어진 친환경 커피부엉이다. (사진제공: 커피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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