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호 전격 해임은 정치적 숙청"
후계자시절부터 20여명 정리…"예단하긴 일러"

(서울=연합뉴스) 북한 군부의 실세였던 리영호 총참모장의 전격 해임을 계기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숙청의 칼날'을 본격적으로 휘두를지 관심이 쏠린다.

리영호는 지난 1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 결정을 통해 총참모장직 등 모든 자리에서 전격 해임된 사실이 16일 북한매체에 보도됐다.

이로부터 하루 만인 17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은 그동안 외부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현영철 대장이 차수로 승진했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은 현영철이 이틀 전 급작스레 실각한 리영호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 후임으로 총참모장직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리영호의 해임을 사실상 숙청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정부 당국자는 리영호의 해임에 대해 "김정은 체제의 권력기반 강화를 목적으로 한 정치적 숙청사건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1위원장의 측근으로 꼽히던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도 숙청설에 휩싸인 인물이다.

올해 70세인 우동측은 지난 3월2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00일을 맞아 김 1위원장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뒤 북한 매체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우동측은 김 1위원장이 후계자로 내정된 2009년 국방위 위원과 국가안전보위부 1부부장에 올랐고 사실상 국가안전보위부의 수장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까지 있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한 지난 4월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치열한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때 북한 군부의 간판이었던 김영춘(77) 전 인민무력부장도 기세가 꺾인 모습이다.

지난 4월 당 중앙위 부장에 임명됐지만 북한군을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인민무력부장 자리를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에게 내줬다.

리영호, 우동측, 김영춘은 지난해 12월28일 김 위원장 영결식에서 영구차를 직접 호위한 `8인'에 포함된 인물들이다.

김정은 시대를 이끌 주요 인물로 추정된 8인(김정은 포함) 가운데 현재 군부에서 승승장구하는 인물은 김정각 인민무력부장뿐이다.

김 1위원장의 후계자 시절까지 포함하면 그의 숙청작업은 김 위원장 시절부터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김 1위원장이 후계자 시절이던 2009년부터 현재까지 숙청된 고위간부는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 홍석형 당 비서,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등 20여명에 달한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김 1위원장의 숙청을 통한 엘리트 교체는 아버지인 김 위원장이 권력승계 이후 단행한 것보다 훨씬 일찍 시작된 셈이다.

김 위원장은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뒤 3년이 지난 1997년에 대규모 숙청 사건으로 유명한 `심화조 사건'을 지휘했다.

김정은 정권이 이처럼 인적 쇄신에 속도를 내는 것을 감안하면 군·당·내각에서 숙청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리영호 해임은 북한 권력에서 본격적인 숙청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며 "장성택을 비롯한 핵심세력이 군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 군단장, 사단장 등을 대대적으로 교체하고 당과 내각에서 김정일 시대의 원로를 제거하면서 조직을 새롭게 정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영호의 실각을 본격적인 숙청의 신호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리영호 해임을 김정은과 권력 엘리트 간의 세력관계 변화 조짐으로 볼 수 있지만 대대적인 숙청의 신호탄으로 보기에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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