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판사 준법정신 형편없어… 시민들 “법 지키면 손해”

[천지일보=이솜 기자]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회법 제24조다. 17일은 대한민국의 바탕을 이루는 헌법이 제정·공포된 제64주년 제헌절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지 3년 뒤인 1948년 총선거를 실시해 국회의원을 뽑고, 여기서 뽑힌 국회의원들이 모여 헌법을 만들어 자주독립의 떳떳한 민주국가임을 세계만방에 공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처리된 무소속 박주선(63) 의원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뿐 아니다. 최근 ‘법을 만들고 적용하는 사람들’인 국회의원과 판검사들의 준법정신이 형편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는 현 정권의 몰락을 들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인 새누리당 이상득(77) 전 의원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됐으며 소위 MB 맨이라 불리는 정권 실세들을 비롯해 측근 비리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을 15년간 보좌해온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으로 사임하자 현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타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 준법정신 역시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백창욱(가명, 22, 남, 서울시 양천구) 씨는 “되도록 법을 지키면서 살고 싶다”면서도 “그런데 요즘 세상을 보면 법을 안 지키는 사람들이 더 잘 살고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 같다. 한 번 사는 세상인데 누가 바보처럼 살고 싶겠나?”고 되물었다.

노상방뇨를 하거나 금연장소 흡연 등 기초질서의 붕괴부터 올 한 해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로 불거졌던 ‘왕따’ 문제, 흉악 범죄 등 5대 폭력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병폐다.

이러한 현실에 김황식 국무총리도 1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헌법은 국가공동체의 정신적 기초로서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가장 근본적인 가치이자 규범”이라며 “제헌절을 맞아 우리가 모두 헌법의 의미와 정신을 되새기면서 헌법 가치와 질서가 제대로 발현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상규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집에 가훈을 잘 세워도, 부부가 싸우고 자녀가 가출하면 소용이 없다”며 “제헌절에는 허울뿐인 헌법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가훈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준법정신을 되돌아 보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한 “지금은 한류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에 빛을 발하면서 외국인들은 대한민국의 열정과 감성․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자부심을 가지고 이에 맞는 시민의식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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