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계약 해지 상정… 8억원 지급해야”

[천지일보=지유림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사회가 서남표 총장에 대한 계약 해지안을 상정한 것과 관련, 서 총장은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13일 카이스트에 따르면 서 총장은 “구차하게 협상하고 거래하느니 당당하게 해임당하겠다”며 스스로는 물러나지 않을 것을 전했다.

앞서 이사회는 12일 오후 10시쯤 서 총장의 계약 해지 안건을 상정하고 오늘 20일 열리는 임시 이사회에서 다룰 것임을 교육과학기술부에 통보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카이스트 이사회는 서 총장에게 자진 해임할 것을 20여 차례 요구해왔으나 서 총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계약 해지 안건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 총장의 해임 안건이 제기된 이유로는 소통 부재와 독선적 리더십이 꼽힌 것으로 전해졌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서 총장이 해임될 경우 이사회의 의결과 동시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지만 ‘계약해지’는 90일의 유예기간을 거친다.

총장을 해임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하자나 심각한 도덕적 결함 등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사퇴 명분이 없는 이사회는 ‘계약 해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서 총장 측에서는 이사회 스스로가 해임의 정당성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에 계약해지를 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2010년 9월 카이스트 임시 이사회에서 체결한 총장 위임 계약서 제3조에는 ‘본 계약은 어느 일방 당사자의 90일 이전 통보로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 단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 해지 통보자는 상대방에 대해 손해에 상응하는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계약해지가 될 경우, 교과부는 오명 이사장과 서 총장이 체결한 총장 위임계약서에 근거해 서 총장에게 남은 임기 2년 동안의 연봉 8억 원(72만 달러)을 지급해야 한다.

한편 카이스트 이사회가 지난 2월 이사진을 교체하면서 서 총장을 포함한 총 16명의 이사 중 서 총장의 지지파는 3명밖에 남지 않아 계약해지 안건이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

카이스트 교수협의회는 이사회를 앞두고 오는 18일 정기총회를 열고 서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카이스트 이사회는 오는 20일 이사회 안건으로 ▲서 총장 계약해지와 ▲후임총장 선임의 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안건에 대해서는 이사 15명에게 지난 11일 정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총장 해임 권한을 가진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서 총장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2006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임한 로버트 러플린 총장과 같은 과정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러플린 총장은 2004년 카이스트 최초의 외국인 총장으로 취임, 급진적인 개혁안을 내놨지만 교수들과 불화가 커져 결국 2006년 7월 중도 하차했다.

서 총장은 러플린에 이어 카이스트 총장으로 취임해 ‘대학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국민적 지지를 받았으나 지난해 초 학생·교수 등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고 강도 높은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대학을 독선적으로 운영했다며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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