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집안일은 단순히 ‘엄마의 일을 덜어준다’의 의미가 아니라 어린 자녀들에게 올바른 생활태도를 몸에 배게 하고,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배려, 그리고 화목함을 느낌으로써 결과적으로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많은 부모님들은 ‘집안일 한 번 시키고 나면 뒤치다꺼리가 더 많다’거나 ‘공부할 시간도 모자란데 집안일은 무슨?’이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집안일을 시키느니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낫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현명한 부모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에게 일부러 집안일을 시키면서 올바른 사람으로 키워내고 있다. 즉 집안일은 단순한 노동이나 힘든 일이 아니라 아이가 앞으로 익혀야 할 생활 필수 덕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요즘은 가족이 같은 공간에 있어도 TV를 보거나 각자 컴퓨터를 하느라 함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줄어들었다. 따라서 아이에게 ‘집안일 거들기’라는 과제를 주는 순간 자연스러운 소통의 기회가 생긴다. 부모님은 아이에게 집안일이라는 과제를 주면서, 아이의 말과 행동을 좀 더 세심히 지켜볼 수 있다. 아이들도 작으나마 자신의 손길이 가족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깨닫는다. 또한 심도 깊은 사고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통해서만 얻은 지식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터득한 지식이야말로 살아 있는 것이요, 나아가 지혜로 발전시킬 수 있다.

손과 몸을 움직여야 하는 집안일은 의외로 고난도 능력이 필요하다. 집안일을 잘 하려면 일의 순서를 꼼꼼히 따지고 그때그때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리정돈을 할 때도 끊임없이 계획하고, 분류하며, 계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체계적인 사고력이 몸으로 체득되는 것이다. 호기심이 왕성해지고 행동력, 집중력, 적극성도 생긴다. ‘알고 있는 것’과 ‘몸에 익숙해지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바른 생활습관은 매일 생활하는 가정 속에서 오랫동안 무의식적으로 해야 비로소 몸에 익는다.

이른바 ‘절차기억’이 형성되는 것이다. ‘절차기억’이란 마치 자전거 타는 것을 한번 터득하면 시간이 지나도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처럼 몸으로 익히는 기억을 뜻한다. 자전거 타는 방법을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겠는가? 실제로 한두 번 넘어지기도 하면서 배워야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이제라도 아이에게 집안일을 시키자. 그러나 교육적이라는 이유로 억지로 집안일을 시켜서는 안 된다. 전혀 해보지 않은 집안일을 갑자기 요구하면 아이는 생뚱맞게 여길 것이다. 집안일을 하기 전 충분한 대화 시간을 가진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집안일에 동참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집안일을 거들면 가족이 얼마나 고마워하고 화목해지는지 등의 필요성을 아이가 납득하도록 충분히 설명한다. 그런 다음에 예컨대 장난감 정리와 식탁 차리기처럼 일상적이면서 간단한 일은 매일 하는 과제로 정해둔다. 방청소와 걸레질, 화분에 물주기, 실내화 빨기는 매주 1회 하는 것으로 정한다. 실제로 아이가 집안일을 거들고 나면, 도와줘서 정말 고맙고 큰 힘이 되었다고 부모의 마음을 전한다. 결과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돈으로 보상하는 것은 금물이다. 집안일 시킬 때 가장 범하기 쉬운 오류가 대가로서 용돈을 주는 것이다. 물론 가끔씩 적절한 보상을 제공함은 효과적이다. 하지만 아이가 집안일 자체를 노동의 대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가 맡은 일은 가족을 위해서 내가 할 몫이다'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돈이나 선물을 주는 습관을 들이면 아이는 보상이 있을 때만 집안일을 하게 되어 집안일 교육의 진정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자식을 진정으로 귀하게 여긴다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게으르고 이기적인 사람이 아닌 부지런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서 집안일 교육법을 적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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