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연횡책을 성공하고 초에서 진나라로 돌아온 장의는 새로 등극한 무왕과 신하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여 두려움을 느끼게 되자 대왕에게 건의를 했다.

“진나라는 동쪽의 여러 나라 사이에 큰 싸움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더 이상 영토를 넓힐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제나라 왕은 초나라와 동맹을 깨지게 한 나를 아직도 원수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제가 가는 곳이면 반드시 대군을 몰고 쳐들어 올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위나라로 가려고 하는데 왕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약 제나라가 위나라를 공격하여 두 나라가 대치상태로 서로 군사들을 빼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되면 그때야말로 대왕께서 한(韓)나라를 공격하여 삼천 지방으로 나아가고 그 여세를 몰아 함곡관을 넘어 주(周)를 위협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싸우기도 전에 주나라는 제기를 내어 놓을 것입니다.”

장의는 진나라 왕에게 제나라와 위나라를 싸우게 하여 그 틈을 타서 한나라를 공격하여 주나라까지 나아가 제압하고 천하를 호령하자고 설득했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왕자의 대업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무왕은 그 말에 솔깃해졌다. 그는 장의에게 전차 30대를 내주어 위나라로 떠나게 했다.

제나라는 장의가 위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는 과연 위나라를 공격해왔다. 장의는 어쩔 줄을 몰라 당황해하는 위나라 애왕(哀王)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고 모든 것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그는 즉시 식객인 풍희(馮喜) 불러 초나라로 떠나게 한 뒤 초나라에서 사신의 이름을 빌려 제나라로 가게 했다.

풍희는 초나라 사신 자격으로 제나라 왕을 알현하고 말했다.

“대왕께서는 누구보다도 장의를 미워하고 계시면서 실제로 하시는 일은 일부러 그의 신임을 높여 주는 일만 하고 계십니다.” 그러자 제나라 왕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장의를 미워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오. 그놈을 감싸는 나라는 어느 곳이든 때려 부술 생각이오. 그것이 어찌하여 그의 신임을 높이는 것이 되오?” 풍희가 대답했다.

“대왕의 말씀을 들으니 제 의견이 옳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장의는 위나라로 가기 전에 진나라의 무왕과 이런 밀약을 맺었습니다.

‘진나라로서는 동쪽의 여러 나라들이 싸울 때가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다. 지금 제나라 왕이 장의를 원수로 생각하고 있는 점을 이용하여 위나라와 제나라 사이에 싸움을 일으킨다. 위와 제, 두 나라가 군사가 대치하여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진나라는 군사를 일으켜 삼천 지방을 누르고 주나라를 위협하여 제기를 빼앗는다. 그렇게 하면 진나라는 손쉽게 패업을 달성할 수가 있다.’

지금까지 돌아가는 경과를 보면 장의가 생각한 대로 일이 순조롭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대왕께서는 장의를 미워한 나머지 자신 나라의 국력을 피폐시킬 뿐 아니라 동맹국까지 적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진나라 왕은 점점 더 장의를 신임하게 될 것입니다. 일부러 장의의 믿음을 높여 주고 있다고 말씀 드리는 것은 바로 이런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얘기를 다 듣고 난 제나라 왕은 얼굴빛을 고치고 풍희의 말을 수긍했다.

제나라 왕은 즉시 군사를 철수시켰다.

그 뒤 장의는 1년 동안 위나라의 재상으로 있다가 일생을 마쳤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