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이제는 낯설게까지 느껴졌다. 실업팀이라는 단어를 두고 하는 말이다. 프로스포츠가 번창하면서 실업팀의 존재감이 많이 약해졌다. 언제 그런 팀들이 있었냐는 듯 “실업팀이 뭔가요?”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에서 프로팀들이 대세를 장악하면서 실업팀들의 기억이 아득해졌기 때문이다.

실업팀은 축구를 비롯한 구기종목부터 육상, 사격 등 개인종목까지 선수들이 직장 소속으로 근무하며 동시에 운동을 하는 스포츠 단체를 말한다. 실업팀이라는 표현은 일제시대 일본에서 쓰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현재는 완전한 프로팀이 아닌 일반 아마추어팀을 말한다.

실업팀이 한때 국내 스포츠를 주도했던 적이 있었다. 야구와 축구는 1980년대 초 프로가 출범하기 이전이었고, 농구와 배구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프로가 시작되기 이전이었다. 본격적인 프로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들 종목의 실업팀 선수들은 회사원 신분으로 운동을 하면서 각종 국내외 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프로화가 되면서 실업팀에서 뛰던 선수들까지 프로선수로 전환해 이제는 실업팀들이 명맥을 이어가기가 힘들 상황에 놓이게 됐다. 축구는 아직은 각종 중공업, 조선, 석유화학 등 제조업 회사 등의 팀들이 많이 있고, 야구도 프로야구의 폭발적인 붐을 타고 시민야구팀들이 활동하고 있어 다소 나은 편이다. 그러나 농구, 배구의 경우는 실업팀들이 고사 위기에 처해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체전 대비용으로 각 지자체 시청, 군청 등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 농구, 배구의 실업팀들의 생존대책은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최근 김홍배 실업농구연맹 회장과 이점세 실업배구연맹 전무이사 등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는 자리에서 그에 대한 대책과 방향을 들을 수 있었다. 농구, 배구 실업팀들이 활성화 할 수 있는 대책으로 고려해볼 만한 것은 프로 2군팀과 정기적인 경기를 갖는 것이다. 즉, 프로 2군리그를 실업 연맹전이나 리그전에 포함시켜 치르고, 전국체전에도 프로 2군팀들을 연고지역팀으로 출전시키는 계획이다.
배구의 경우, 지난해 일부 선수가 승부조작에 연루돼 해체까지 고려했던 상무팀이 프로리그에서 탈퇴해 실업팀 대회에만 출전키로 해 실업팀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프로팀에서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는 2진선수들로 팀을 구성해 상무가 가세하는 실업팀들과 본격적인 2군리그 형식의 실업 대회를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프로팀 2진 선수들은 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면 조로화, 은퇴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점세 실업배구연맹 전무이사는 “프로배구의 최강팀 삼성화재만 하더라도 세터 이용희, 센터 이재목 선수 등은 팀에서 아깝게 능력을 펴지 못하고 사실상 은퇴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2진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2군리그팀으로 활용해 경기력과 기량을 관리하고, 팀의 대체요원으로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렇기 위해선 2진 선수들을 2군팀으로 편성해 실업팀들과 경기를 갖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프로 2진선수들과 실업팀들이 공생, 공존할 수 있는 방안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존 프로팀들은 별도의 2군팀을 운영할 경우 추가 예산과 운영비용 등이 소요돼 현재대로 가는 방법을 더 선호하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이다.

사실 프로스포츠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실업 스포츠가 학교 스포츠와 함께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5공 초기 정권의 강요에 의해 출범했지만 그 밑바탕에는 실업야구와 축구, 대학 및 고교 야구와 축구의 인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농구와 배구 등도 농구대잔치와 슈퍼리그의 성공에 힘입어 프로화를 진척시킬 수 있었다.

앞으로 프로스포츠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경기력 향상과 우수 선수공급, 팬들의 확보 등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프로 스포츠의 튼튼한 젖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업팀의 존재감은 결코 가볍게 볼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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