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여의도 소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섬숙 학사모(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서울대표 [사진=김현진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섬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서울대표 인터뷰
아이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믿어 줘야 해요
이렇게 가라 저렇게 가라 강요해서는 안 되죠

[천지일보=지유림 기자] 아이들 교육 문제로 정신없이 바쁜 한 어머니이자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 서울대표인 이섬숙 씨를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아이를 위한 학부모의 자세에 대해 들어봤다.

전직 대학 작곡 강사였던 그가 입시 전문가로 변신하게 된 것은 실제 이 대표의 두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다른 학부모들과의 입시 정보를 나누고 더 넓은 시야로 아이들의 미래를 내다봤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이 대표는 주변 학부모들과 자녀의 입시를 함께 준비했다.

아이들을 서울대 법학도로, 연세대 경영학도로 키운 이 대표는 자신의 아이의 성장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다른 아이의 부모와 상생하면서 공생하고 아이들을 발전시켰다.

“보통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잘하면 곁에 있는 라이벌 아이들을 다 쳐내요. 내 아이만 잘하도록이요. 하지만 아이 곁에 라이벌이 없으면 아이는 뛰지 않아요. 같이 양성해서 함께 뛰어야 아이도 재미있고 뛸 수 있어요. 항상 라이벌이 있어야 같이 발전하잖아요”

좋은 정보를 알면 나눠주기를 즐겨하고 함께 참여했다는 이 대표는 “주변 아이들을 도울 부분이 있으면 도와주고 또 좋은 대회가 있으면 알려줘서 같이 참가했어요. 그러다 보니 전문가 아닌 전문가가 됐어요. 사람들은 좋은 정보를 알고 있어도 알려주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주변 학부모들에게 알려줘서 20~30명씩 다 같이 대회에 참가했어요. 그랬더니 대회 측에서 귀빈이나 관계자 취급을 해주더라고요”라고 경험을 전했다.

그는 “이후엔 (대회 측이) 공지를 해도 제가 있어야만 하고 나중에는 대회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부르더군요. 직책을 받으라고도 했지만, 안 받았어요. 왜냐하면 관계자 입장에서 주변에 권하면 관계자이기 때문에 권하는 것으로 보잖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이 대표는 “주변에 학부모들과 많이 나누다 보면 엄마들마다 아는 정보가 있어요. 엄마들은 서로 도움을 받아야 해요”라고 귀뜸했다.

또 이 대표는 사과 궤짝에서 사과 하나가 썩으면 다같이 썩는 것을 아이들에 비유하며 “보통 내 아이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주변 아이들까지 다 잘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제가 있는 아이, 폭력성이 있는 아이들까지도 다 안고 가야만 우리 아이도 다른 아이도 다 잘될 수 있어요”라며 아이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말하는 엄마의 역할
아이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질문하자, 이 대표는 “아이를 믿어주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답했다.

“누군가 아이를 믿어주고 ‘잘한다’ ‘잘한다’ ‘잘 할 수 있다’ 해주면 정말 잘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잘 할 수 있는데도 옆에서 ‘잘하나 못하나’ 자꾸 이렇게 아이를 보면 아이는 정말 못해요”라며 “하지만 우리아이가 뭘 잘하는지 뭘 못하는지는 엄마가 빨리 눈치채고 인정하고 아이의 그릇을 봐야 해요”

그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증명하듯 부모는 “아이를 믿어주고 응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이 대표는 “엄마는 아이들 인생에서 네비게이션이라고 생각해요. 네비게이션 같은 존재, 차에 네비게이션이 있다고 항상 사용하는 건 아니잖아요. 초행길을 가거나 어디를 가야할 때는 네비게이션에 검색하면 거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가 되고 ‘어떤 코스로 가면 되겠구나’를 인지를 할 수 있어서 훨씬 쉽잖아요”라고 엄마의 역할을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엄마가 아이를 이렇게 가라 저렇게 가라 아이를 결정하거나 끌고 가서는 안되요. 엄마는 아이들이 초행길을 갈 때 이 길은 이렇게 가면 빠르고 좋은 길이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는 최신형 네비게이션이 되야 해요”라며 “그런 최신형 네비게이션이 되려면 요즘 시대가 정보화 시대, 수시로 업그레이드되는 시대잖아요. 길도 바뀌는 것처럼 교육도 바뀌니까. 엄마들이 귀를 열고 수시로 많은 정보를 입수해서 업그레이드 하는 거에요. 하지만 그걸 아이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는 거죠. 네비게이션이 차를 끌고 가진 않잖아요. 네비게이션은 사용하든 안하든 그냥 그 자리에 있어주는 거잖아요. 거기까지가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전했다.

◆자살 상담 전화가 있다는 것 아시나요?
한편 아이들의 자살을 방지하는 생명의 전화에서 자살 상담을 활동 중이라는 이 대표는 “아이들이 자살하고 싶다고 전화를 많이 해요. 자살을 말려야 해요. 그런데 인력이 부족해서 못 받는 전화가 1년에 30만 통이나 돼요. 그중 일부는 자살을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고백했다.

이어 “생명의 전화는 한 달에 두 번만 하면 되요. 여유가 되는 어머니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를 넘어서 모든 아이를 사랑할 수 있는 엄마가 되는 방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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