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세금 납부 방법·혜택에 관심 집중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월 200만 원 정도의 사례비를 받는 A목사는 몇 달 전부터 갑근세(갑종근로소득세)를 내기 시작했다. A목사는 갑근세를 내면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았다.

먼저는 출국 시 개인 재무상황을 입증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됐다. 또 지역 의료보험일 때에는 18만 원대를 납부했지만 직장의료보험이 적용되면서 2만 3천 원가량으로 부담금이 대폭 감소했다. 은퇴 후 생활을 도와줄 국민연금 납부도 한결 나아졌다. 갑근세를 내지 않을 때보다 부담률이 절반가량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A씨가 납부한 갑근세는 연간 6만 8천 원 정도였지만 연말 카드 사용 공제 등을 감안하면 거의 안낸 셈이다. 부담보다는 혜택이 더 많았다.

이 같은 혜택이 알려지며 개신교계에서 목회자 납세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기총 등 일부 목회자들은 여전히 ‘이중납세’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자율적인 납세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최근에는 목회자 소득세의 세제항목 규정, 4대 보험 적용 문제 등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논의되고 있는 분위기다.

납세 가능한 목회자 17%
12만명 중 2만명이 해당

목회자 수입 종류 다양
소득세 부과 기준 필요

개신교 교회는 종교법인으로 비과세 대상이다. 하지만 목회자는 교회로부터 사례를 받아 소득을 얻게 됨으로 과세를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제는 목회자 납세에 대해 찬성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세금 납부 방법과 혜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큰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은 목회자의 소득에 대한 분류다. 목회자의 수입을 어떤 소득으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이다.

◆목회자 소득분류 논란 “근로소득? 사업소득?”
일반적으로 소득세는 근로·사업·금융·기타소득에 따라 부과된다. 목회자 사례비는 정기적으로 소득이 발생한다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근로소득’에 가깝다.

개인 재정을 투자해서 소득을 창출하는 ‘사업소득’이나 금융 거래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금융소득’, 일시‧우발적으로 소득을 얻는 ‘기타소득’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일부 목회자들은 ‘근로소득’으로 볼 수 없다며 적절한 항목이 신설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만약 근로소득으로 인정하면 목회자가 성경에서 말하는 ‘삯군 목자’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지난 5일 열린 ‘목회자 납세 관련 공청회’에서 “교회에 대한 근본적인 정체성 문제”라며 “목회자의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본다면 목회자가 삯을 위해 일하는 ‘삯군 목자’가 되는 것이기에 일부 목회자가 화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업소득 등 다른 항목을 적용하든지 새로운 항목을 개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자의 수입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도 소득 항목을 정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 사례비뿐만 아니라 판공비, 도서비, 차량운행비, 사택운영비, 자녀장학금, 전별금 등이 전부 목회자의 소득에 해당한다. 또 부흥회 등 각종 집전에 따른 목회 수입, 심방비 등 비정기적인 수입도 있다.

일부 목회자의 경우 이러한 수입이 전체소득에서 사례금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일례로 전별금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분당 B교회의 경우 목회자가 연간 3억 원이 넘는 소득을 챙겼다. 이 중 C목사가 교회로부터 받은 사례비는 1억 5400만 원이다. 나머지 1억 6천만 원은 목회비 6000만 원, 자녀장학금 1억여 원 등으로 사례비보다 큰 금액을 차지했다. 최근 성추행 논란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S교회 J목사는 전별금으로 13억여 원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 “‘소득세’가 싫으면 ‘증여세’도 괜찮아”
목회자들 중에는 목회자의 수입을 대가성 ‘소득’으로 보는 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납세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경우 소득세가 아닌 증여세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한다.

최호윤 회계사는 “목회자의 수입이 대가성이 아니라고 해서 소득세가 아니라고 한다면 증여세라는 명목으로라도 세금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개신교계는 현재 납세가 가능한 목회자
를 전체 중 17%로 봤다.

지난 5일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가 ‘목회자 납세 관련 공청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개신교 목회자 약 12만 명 중 6만 명 정도는 빈민에 속한다. 나머지 6만 명 중 4만 명은 남들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 겨우 살아가고 있으며, 약 2만 명 정도가 세금을 낼 수 있다고 판단됐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 목회자 2만 명이 세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나머지 목회자들은 내는 세금보다 얻는 혜택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보장적인 측면에서 다수 목회자들이 환영할 만하다.

목회자 납세가 공론화하면서 종교법인의 재정 투명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납세를 결정하더라도 교회 내 재정운용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실제 소득과 소득신고의 내용이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종교법인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김상구 사무처장은 “비영리기관은 세제상 여러 혜택을 받으므로 재정이 투명해야 한다”며 종교법인법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교법인법 제정은 개신교계에서는 큰 지지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 8월 세제개편에‘ 종교인 과세 명문화’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8월 세제개편 때 정부가 주식 소득에 매기는 세금인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을 확대하고 종교인 과세도 명문화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종교계와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과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정정훈 과장은 “과세는 각 종교별로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정보를 얻어서 협의를 해야 한다”며 “기재부가 절차상 일괄적으로 정하든, 입법 절차를 거치든 간에 종교계와 합의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종교단체가 사회봉사 목적의 비영리단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법인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종교시설에서 운영하는 수익사업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남구청이 수익사업을 하는 종교시설에 세금을 추징했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종교시설 수익사업에 대한 감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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