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대학생, 학비 벌려고 ‘귀향 포기’
일 못 찾으면 생활비 많이 들어서 ‘귀향’

[천지일보=이솜 기자] “여름방학이니까 바다도 가고 싶고, 학기 중에 못한 공부도 더 하고 싶죠. 그런데 다음 학기 등록금하고 생활비 생각하면 다 사치에요.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노릇이죠.”

김모(22, 여, 중앙대) 씨는 최근 여름방학을 맞아 사진관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하게 됐다. 물론 학기 중에 했던 과외 아르바이트는 계속한다. 소위 ‘투잡’인 셈이다.

이번 방학엔 본가인 전북 전주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지방과 수도권의 시급 차이다. 생활비가 좀 더 들더라도 시급이 많은 수도권에 남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 씨에 따르면 부모님 역시 대학생인 김 씨가 방학에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보지만 집안 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 씨는 “그래도 나는 과외 등 소위 ‘고소득’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돈벌이가 마땅치 못해 PC방, 서빙 등 방학 기간에 3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후배도 있다. 생활비 감당이 힘든 자취생들은 아예 본가로 내려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김 씨의 이야기는 대학생 몇 명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 여름방학 기간, 대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돈’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취 대학생들이 귀향을 하는 이유도, 귀향을 포기하고 학교 인근에 남는 이유도 모두 ‘돈’이 1위를 차지했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은 최근 대학생 977명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계획에 대해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977명 중 ‘자취·기숙사·하숙 등 본가에서 나와 따로 학교 인근에서 생활하는 대학생(이하 자취 대학생)’은 312명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방학 동안 본가에 돌아가 생활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58.7%의 대학생은 ‘돌아간다’를, 41.3%의 대학생은 ‘학교 근처에 남는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본가로 돌아가거나, 학교 근처에 남기로 한 결정을 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공교롭게도 모두 ‘돈’이었다.

‘방학 기간 귀향’이라고 응답한 대학생들은 가장 중요한 이유로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36.6%)’를 1위로 꼽았으며 ‘월세 등 집값이 너무 비싸서(18%)’가 2위에 올라 금전적인 이유 때문에 귀향을 결정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3위는 ‘딱히 학교 인근에 남을 이유가 없어서(24.6%)’라는 응답이 차지했다.

‘본가로 가지 않고 남겠다’고 답한 대학생들의 경우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므로’가 무려 41.9%의 응답을 얻어 역시 ‘돈’이 가장 중요한 이유로 드러났다.

여름방학 목표 1위도 ‘돈’인 것으로 조사됐다. 1~3학년과 모든 성별 응답 군에서 여름방학 동안 가장 기대하는 목표 1순위에 대한 항목에 대해서 ‘2학기 등록금 마련하기(35.6%)’라고 응답했다.

앞서 지난달 19일 알바천국이 여름방학을 맞아 25세 이하 전국 대학생 25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번 방학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할 분야 1위로 전체의 30.1%가 ‘아르바이트’라고 응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년들의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 한지혜 위원장은 “요즘 대학생들은 방학이 되면 아예 처음부터 아르바이트와 생계비 계획을 짠다”며 “대학생들이 학업에만 열중할 수 없는 현실을 이제 누구나 알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진걸 팀장은 “한 해 등록금만 천만 원이 넘고 생활비 등 합치면 3천만 원이 넘는다”며 “일자리, 가계부채 대란 때문에 부모님께 의존할 상황도 못 된다. 이 때문에 이제 많은 대학생에게 ‘생계형 알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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