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불교 최대 종파인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본산 조계사 경내 풍경. ⓒ천지일보(뉴스천지)

“사찰 영리사업에 대한 과세 확대 우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우리나라 국민은 누구나 납세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성직자는 세금을 내지않아도 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 성직자만 받는 혜택이다. 이 사실을 아는 국민은 대부분 없다. 최근 종교인 과세가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며 종교계 안팎에서 다양한 의견 등이 오가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교인 과세가 사회적 이슈로 또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3월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 과세 문제는 공론을 거쳐 의견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언급이 불씨가 됐다. 이 시기에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국민 65%가 성직자 세금 부과에 찬성한다”는 결과를 발표해 종교인 과세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종교인 과세를 가장 먼저 제기한 종단은 개신교다. 1992년 한국교회 일부 목회자들이 세금 납부 문제를 최초로 제기했으나 한국교회 내부 문제로 치부되며 사회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2006년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종비련)가 종교인 과세를 주장하며 사회공론화가 됐다. 종비련은 당시 조계사, 명동성당, 한기총, 국세청 등에서 길거리 서명운동을 펼치면서 종교인 과세를 적극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후 한기총 등 반대 입장의 종교 단체가 크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 종교인 과세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지난 6년 동안 기획재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그러나 최근 주무부처 수장인 박 장관이 성직자의 과세를 직접 거론해 종단마다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올해 세법개정안에 종교인 과세를 포함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종교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종단별 입장을 토대로 종교계 여론을 살펴보는 한편 정부와 종교계, 종단별 이견을 좁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교계는 종교인(종교시설) 과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불교종단 연합체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종단협) 의장인 자승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스님은 과세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자승스님은 “스님들은 무보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불전, 기도금은 과세의 대상이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정부가 8월 초 종교인 과세에 관한 기본 법안을 제시할 방침이라, 불교계는 종교 부동산(사찰 등)이 과세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검토 중이다. 하지만 불교계(종단) 내부에서 토론회나 공청회 등을 통한 공론화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종단 차원의 종교인 과세 공론화는 사실상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

종단협은 과세를 전제로 할 경우 “종교인의 소득세 납부뿐 아니라 향후 종단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건축물의 임대사업과 각 사찰에서 운영하는 기념품점, 찻집 등 영리사업들에 대한 과세로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있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불교계 안팎 ‘종교인 과세’ 찬성 목소리 높아져
종단 내에서 공론화가 어렵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종교시민단체가 종교인 과세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이슈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종교인이 영적 봉사자인가, 근로자인가라는 점이다. 또 종교인 과세를 이중과세로 볼 수 있나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종교인에게 과세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가라는 문제다.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김상구 사무처장은 법적인 근거를 들어 소득 있는 곳엔 당연히 과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사무처장은 “종교인 비과세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성직자만 비과세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또 종교인 비과세가 헌법 제38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조항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민법·세법 등을 통해 법인세, 취득세, 양도세, 부가가치세 등 19가지의 각종 세금을 면제·감세해주는 등 비영리 법인을 육성·보호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김 사무처장은 “비영리법인에 각종 세제상 혜택과 함께 최소한의 의무 사항도 규정하고 있지만 유독 종교 관련 법인만 관련법이 없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종교인 과세는 종교인에 대한 사회 보장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유리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아울러 종교인 과세의 길을 열어 투명하고 건강한 종교, 깨끗한 종교계 실현을 위한 ‘종교법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종교인이 업무(종교 활동) 도중 사고로 사망, 장애 등을 당할 경우 과세당국에 신고한 금액이 없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가 바로 종교계”라고 일침을 가하며 “종교인 과세가 이중과세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일부의 주장처럼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 법응스님도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불미스런 일로 사회와 종교인들에게 신뢰를 잃어버린 성직자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자구책일 뿐 아니라 법치국가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도리라는 것이다.

스님은 “투명하고 물질에 자유로운 종교집단과 종교인이라면 사회의 법률적 강제 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며 “종교인은 누구나 사회적 여건 속에서 제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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