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강화 차원에서 日 자위권 용인… “中 대응 가능성 커”

◆ 일본, 자위대 활동범위 확대 움직임 보여
한일 정보보호협정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까지 추진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에선 그 배후에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무기수출 3원칙’을 완화해 외국과의 무기 공동 개발 및 수출의 길을 열었다. 이어 지난 6월 법 개정을 통해 핵무장의 꿈을 이루려 하고 있다. 또한 우주활동 관련법에서는 우주 활동의 ‘평화적 목적 한정’ 조항을 삭제해 그간 감추고 있던 군국주의 야욕의 본색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일본 총리 직속 위원회가 지난 5일 NHK 방송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의 군국주의 야망을 차단하기 위해 묶어뒀던 규제 장치가 하나둘씩 풀리고 이제 최후의 보루인 ‘전수방위’ 원칙마저 위협받게 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일본은 1945년 태평양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맥아더사령부에 의해 성립된 평화헌법을 채택, 제9조에 근거해 전쟁을 금지하고 군대와 무기생산을 제한해 자위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일본은 ‘합법적인 무장력을 갖춘 보통국가’, 즉 헌법이 허용하는 명실상부한 집단 자위군을 보유해 미일 안보체제를 강화하고자 했다.

사실 일본정부는 국제법상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하고는 있다. 다만 공식적으로 헌법9조의 제약 때문에 그것을 행사할 수는 없다는 점이 그동안 일본정부의 딜레마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수차례에 걸쳐 헌법을 수정해 왔다.

헌법 개정의 핵심쟁점은 역시 제9조였다. 이에 일본은 2001년 1월 중참의원에 헌법조사회를 설치하고 2005년 4월에 중참의원 헌법조사회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같은 해 10월 일본은 자민당의 개헌시안을 통해 명실상부한 군대, 즉 자위군을 가지는 것을 명기한다.

2007년 이후, 자민당은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를 열어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는 위헌이 아니라 국제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논리를 펴 기존 헌법 해석에 변경을 가하기 시작한다. 이어 2012년 4월 자민당은 집단적으로 자위권을 인정, 자위대의 국방군 전환 헌법 개정을 주장하고 나선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본 법제부는 헌법9조를 엄격히 적용해 “집단적 자위권을 갖고는 있지만 행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런데 그동안 이 같은 입장을 밝혀왔던 일본 정부가 주변국의 반발을 고려해 주저해왔던 태도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일본의 행보를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12월 간 나오토 총리는 “한반도 유사시에 자위대 파견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하며 자위대 활동범위를 한반도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최근 일본 방위성이 북한의 로켓 발사를 빌미로 최신 해양전투 시스템을 탑재한 이지스함을 한반도 서해의 공해상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일본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세종연구소 진창수 일본연구센터장은 “총리 직속 위원회가 결정기구는 아니라서 당장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지는 못하겠지만 일본 내에서 이러한 논의들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으로 볼 때 앞으로 이 문제가 쟁점으로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 센터장은 “집단적으로 확대되지는 않겠지만 일본의 분위기가 서서히 그런 방향으로 유도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하며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런 논의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국방대 박영준 교수는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고 보수파의 일관된 주장이기 때문에 일본의 정책 변화로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미국, 中 봉쇄 위해 日 지지
이 같은 상황에서 외교전문가들은 미국의 태도에 주목한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이 최근 일본의 군사적 움직임에 이상할 정도로 묵묵부답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부추기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군사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중국 봉쇄’로 정하게 되면서 일본의 군사적 위상을 높이고 한미일 3각 동맹을 끈끈하게 하기 위해 이 같은 해법을 마련한 것이다. 최근 일본과 한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군사적 이슈들이 이러한 전략에 바탕을 둔 후속 조치라는 판단이다.

사실 미국의 이러한 태도는 이미 예고된 바 있다. 미국은 냉전 체제가 해체된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의 방위에서 일본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요구해왔고, 2001년 9.11 테러 이후에 그 요구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또한 미국 의회조사국은 2010년 5월 ‘일본 헌법이 집단적 자위 참가를 금지한다는 해석이 미일 사이의 더욱 긴밀한 안보 협력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에 대해 중국은 6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을 통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반대한다는 뜻을 비교적 분명히 밝혔다. 류 대변인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회복 추진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물음에 “평화 발전의 길을 걷는 것이 일본 자신의 이익에 유리할 뿐 아니라 지역의 평화와 발전에도 유리하다”고 답했다.

일본의 행태를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중국의 태도에 대해 성신여대 김흥규 교수는 “중국은 이 사안을 두고 대단히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중국은 이러한 과정을 한국과 일본이 연합해 대중국 협력체제로 들어가는 과정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한국에 어떠한 형태로든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대단히 낮은 상황에서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북한일 것”이라며 북중 관계 개선 가능성에 관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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