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지난 대선에서 “경제 살리겠습니다”라는 캐츠프레이즈를 내걸고 선거운동을 했던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말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대통령에 당선이 되고나서 그때의 경제와 지금의 경제가 무엇이 달라졌는지 말이다. 정권 초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에 시달렸었고, 고소영 강부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으며,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더욱 쪼들리게 했다. 형님정치 논란은 정권 초기부터 이곳저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물론 왕차관까지 다양한 실세들의 이야기들도 수많은 소문들을 몰고 다녔다. 하지만 이들의 비리는 두 손으로 자신의 두 눈은 가릴 수 있지만 하늘을 가릴 수는 없었나 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현 정권의 최고 실세로 알려진 이상득 전 의원이 저축은행 두 곳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었으니 말이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7일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MB정권의 일등공신으로 알려진 정두언 의원 역시 같은 죄목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정 의원은 5일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은 이후 “제가 정권을 찾은 데 앞장섰는데 이 정부 내내 저는 불행했다”며 “그 분들은 다 누렸다. 그런데 저는 이 정부 내내 불행했다. 이번이 마지막 액땜이라고 생각한다. 기다리겠다”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정 의원은 MB정권으로부터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한 것인지 그의 의미심장한 말에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지금의 저축은행 피해자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지금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도 피해서도 안 된다. 그러한 자금들이 대선자금으로 유용되었는지 아니면 개인적 치부를 위해 쓰였는지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만이 정 의원이 국민을 위해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이상득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의 영장발부는 10일 법원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현역 국회의원인 정 의원의 경우 국회 체포동의안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추이를 국민들이 지켜볼 것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던가! 이 과정을 지켜보며 한줌도 안 되는 권력을 이용한 것이 이런 결과였는지 말이다. 이쯤 되면 이명박 대통령도 무엇이라고 한마디 할 만도 한데 굳게 다문 입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검찰의 칼날은 이상득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에게만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역시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저축은행과 관련된 수사는 정치권을 한번 더 쑥대밭으로 몰고 갈 전망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돈을 받았다면 목포 역전에서 할복이라도 하겠다”며 혐의를 단호하게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정치인의 말 백 마디보다 물증 한 가지를 더 믿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저축은행 사태는 많은 이들의 눈물을 적시게 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를 방패삼아 숨을 것이 아니라 검찰의 소환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하며 밝힐 것이 있다면 밝혀야 한다. 자신의 혐의를 피하기 위해 야권 탄압이나 정치적 물타기라는 용어를 쓰지 말란 말이다. 자신이 억울하다면 있는 그대로 당시 상황을 말하면 될 것이고, 본인 스스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면 굳이 정치적 상황으로 몰고 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치적 상황으로 몰고 갈 경우 더 많은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이 사건으로 권력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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