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KYC 공동대표 하준태 1기 도성 길라잡이

▲ 하준태 공동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다니! 감탄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한양도성 안내해설 자원봉사단체인 서울KYC(한국청년연합) 하준태 공동대표는 서울의 600년 역사를 보고 느끼고 상상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서울 한양도성 걷기’를 소개했다.

하 공동대표는 “서울하면 개발도시, 치열한 경쟁, 고달픈 일상을 먼저 생각하는데 서울성곽을 둘러보면 서울에 애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궁궐이나 박물관에 가야 서울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데 서울을 둘러싼 이 성곽을 걷노라면 역사 속 조선이 눈앞에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서울 한양도성은 조선의 도읍지였던 한양을 에워싸고 있는 성곽이다. 서울의 내사산(內四山)인 동쪽의 낙산, 서쪽의 인왕산, 남쪽의 목멱산(남산), 북쪽의 백악산(북악산)의 능선을 따라 축성해, 그 길이는 장장 18.6㎞에 이른다. 서울성곽은 4대문인 숭례문, 흥인지문, 숙정문, 돈의문과 4소문인 창의문, 혜화문, 광희문, 소의문으로 이뤄져 있다. 4개의 큰 문과 4개의 작은 문을 잇는 성곽은 한양의 안과 밖을 가르는 경계였다.

특히 조선시대의 유교사상과 음행오행을 나타낸 인·의·예·지·신이 4개문 이름 안에 담겨져 있다. 국보 8개를 포함해 총 169개의 문화유산이 자리하고 있다.

하 대표는 “태조가 서울 천도를 결정하고 정도전에게 도시 설계를 맡겼다”며 “그래서 정도전이 왕의 눈으로 서울을 바라보면서 종묘·사직·궁궐·도로 등을 어느 위치에 놓아야 흥할 것인지 고심한 계획도시”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조선시대 제일의 법궁인 경복궁을 비롯해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시는 종묘. 사직단 등의 위치가 예사롭지 않다. 조선의 600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문화유산을 알리기 위해 서울KYC는 2008년부터 서울성곽 안내자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문화 해설사에 대한 인식조차 흔하지 않았던 때다.

“처음에는 그저 이 좋은 걸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서울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감동은 실제로 보지 않고는 설명이 안 되거든요.”

간략한 이유로 시작한 일이지만 서울KYC의 도성 길라잡이는 현재 5기까지 배출됐다. 2달 과정의 교육과 4번의 현장답사를 통해 기본교육이 끝나면 수습활동을 하게 된다. 6개월 정도 수습활동을 마친 후 선배 길라잡이의 도움을 받아 시연을 준비한다. 자원봉사자 구성원은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직업과 연령층이 다양하다.

도성 길라잡이 1기이기도 한 하 대표는 “안내 특성상 공부를 안 할 수가 없다”면서 “이제는 지자체나 기업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양성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무대가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KYC는 종로구와 함께 서울 한양도성 4대문을 중심으로 도성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리의 전통놀이인 ‘순성놀이’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봄과 여름이면 한양 사람들은 짝을 지어 성 둘레를 한 바퀴 돌면서 성 안팎의 경치를 구경했다고 한다. 이를 가리켜 ‘순성놀이’라고 했는데 600년 전 놀이가 재현된 것이다.

또 올해에는 서울시와 처음으로 ‘아빠 톡(talk)! 도성 톡(talk)! 톡톡투어’를 운영한다. 한양도성을 아빠와 자녀가 대화하며 걷는 프로그램이다. 4개 코스별로 한양-경성-서울로 변화된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들 단체의 노력 덕분일까. 서울 한양도성은 도심 속 역사와 문화,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트레킹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주5일 수업이 시행되면서 주말이면 아이들과 손잡고 한양도성 성곽길을 따라 시간여행을 떠나는 가족들도 늘고 있다.

하 대표는 “최근 3~4년 새 서울 한양도성을 다녀간 시민이 25만 명 정도”라며 “외국인도 늘고 있어 머지않아 외국인이 찾는 명소로 한양도성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서울 도성만큼 서울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곳도 없다”면서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KYC는 고민이 생겼다. 도성을 찾는 발길이 늘면서 훼손에 대한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 대표는 “한양도성은 도심을 관통하는 문화재이기 때문에 행정력만으로는 관리·보존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직장인, 중고생,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이 직접 성곽의 훼손이나 낙서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관리 부서에 전달하고 관리부서는 바로 시정 조치할 수 있어 문화재를 가꾸고 보존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오는 2015년 세계에서 최장 기간 도성의 역할을 수행한 서울 한양도성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하 대표는 “서울 도성을 보존하는 것은 아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며 “역사를 알고 문화를 알게되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후손에게 이 서울을 자랑스럽게 남겨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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