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라도르 “페냐 니에토, 표 매수·여론 조작”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지난 1일(현지시각) 치러진 멕시코 대통령 선거에서 제1야당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45)가 승리해 12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멕시코 선거당국은 4일 대선 투표소의 절반가량을 재검표 하기로 했다.

이번 대선에서 2위를 차지한 좌파진영 통합후보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59)는 대선일인 지난 1일 밤 연방선거관리위원회(IFE)가 발표한 예비 개표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페냐 니에토의 제도혁명당(PRI)이 유권자들에게 조직적으로 금품을 살포하고, 여론조사기관을 동원해 여론을 유리하게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오브라도르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기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누구도 이를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며 “추잡하고 국가적으로 곤란한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개표결과가 잘못됐을 뿐 아니라 1위를 한 페냐 니에토와 PRI가 캠페인 동안 대형마트 선불카드를 유권자들에게 나눠주며 조직적인 매표행위를 하고, 선거 전 여론조사기관을 동원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오브라도르 측은 페냐 니에토 측이 유권자들에게 뿌린 선불카드 금액 규모가 520만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좌파연대가 전국 14만 3천여 개 투표소 중 11만 3천 곳에서 부정행위를 적발했다며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브라도르 측은 대선 전 여론조사와 대선 예비 개표결과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점을 들어 의혹을 제시했다.

현지 여론조사기관들은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날인 지난달 27일 페냐 니에토가 오브라도르를 두 자릿수 이상 앞서 압승할 것으로 일제히 전망했다. 하지만 예비 개표결과 두 후보 간 득표율 차는 6∼7%p에 불과했다.

오브라도르 선거운동본부의 마누엘 카마쵸 솔리스는 3일 AP통신에 “석 달 동안 여론조사기관이 벌여온 정치선전과 대선 결과가 매우 다르다”면서 “조사기관들은 처음에 두 후보 간 격차를 25%로 했다가 캠페인 마지막 며칠 동안은 20%, 그리고 이후 15%를 얘기했다”며 여론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지 여론조사기관인 ‘미톱스키’의 로이 캄포스 회장은 200개에 달하는 모든 여론조사기관들이 여론을 조작했다고 말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조사기관들이 후보별 득표 순위를 정확히 예측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IFE는 오브라도르의 부정의혹 주장을 수용해 4일 대선 투표소 14만 3000곳 중 7만 8012곳(54.5%)에 대한 재검표를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IFE 당국자들은 재검표 결과가 당초 선거일 밤에 발표했던 예비 개표결과에 중대한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06년 대선에 출마했던 오브라도르는 당시 집권 국민행동당(PAN) 후보였던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에 불과 1%p도 안 되는 차이로 패배하자 개표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며 한 달 넘게 대대적인 거리 시위를 벌였다.

그는 이번 대선에 재출마하며 당시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명한 바 있다.

대선 재검표 결과는 5일 발표되며, 상·하원선거 결과는 8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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