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재원 출연 협조 구할 듯

(워싱턴=연합뉴스)  세계은행(WB) 수장이 된 김용(53·미국명 Jim Yong Kim) 총재가 첫 출장지로 자신이 대표적인 '성공 모범 사례'로 꼽은 한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 총재는 9~10월 방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 중이라는 것이다.

그가 지난 1일 취임하고 나서 주요 부문별 업무 파악 등에 몰두하는 점을 고려하면 자신의 고국이자 세계은행이 개발도상국과 후진국 등을 지원하면서 모델로 삼는 한국이 첫 방문지가 될 공산이 매우 크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김 총재는 다트머스대 총장이자 세계은행 총재 물망에 올랐던 지난 4월 주요 회원국의 지지를 구하고자 중국, 일본, 에티오피아 등 각국을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한국에 들러 이명박 대통령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을 면담한 바 있다.

따라서 실제 한국을 찾게 되면 물심양면 그의 총재직을 지원해준 고국에 대한 감사 인사를 우선 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김 총재의 방한 목적은 '금의환향'만은 아니라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개도국이나 후진국에 지원할 기금을 끌어모으는 세계은행 총재로서의 본연의 역할 때문에 한국을 최우선 방문 대상 국가의 하나로 올려놨다는 것이다.

한국은 여러 국제기구나 기관의 도움으로 전쟁 폐허를 딛고 경제적으로 성공함으로써 돈을 받는 나라, 즉 수혜국(donee)에서 돈을 주는 나라, 다시 말해 공여국(donor)으로 바뀌었고, 유럽ㆍ미국 등의 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그 위상이 점점 커지고 있다.

따라서 회원국으로서 지분율에 따라 세계은행 산하 국제개발협회(IDA)가 할당한 자금 외에도 덤으로 트러스트 펀드를 내는 국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각각 1천만달러 이상의 '저탄소 녹색성장 자금'(Korea Green Gross Trust Fund)을 낸 데 이어 지난해 9월 박재완 기재부 장관과 로버트 졸릭 당시 세계은행 총재가 1천만달러씩 4년간 추가로 내기로 합의한 바 있다.

김 총재는 따라서 방한 때 트러스트 펀드나 새로운 개발 협력 모델로 등장한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 자금을 한국이 더 출연해 주기를 요청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이나 유럽 각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자국의 경제 위기로 펀딩 자체를 꺼리거나 규모를 줄이려는 상황에서 그나마 사정이 나은 한국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찢어지게 가난했던 한국이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선 유일한 사례인 만큼 한국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개도국이나 후진국에 자금 지원을 한다면 이들 국가 또한 한국처럼 잘 살 수 있고, 더 개발된 국가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김 총재가 첫날 출근하자마자 직원과의 대화에서 일성(一聲)으로 한국의 성공 스토리를 배우자고 강조한 것은 그가 한국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한국이 실제로 세계은행의 존재 근거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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