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직원 대상으로 강도 높은 개혁안 실시
요란하지 않으면서 결단력 있는 리더십 강조 

[천지일보=지유림 기자] “저는 겸손으로 최상의 결과를 내놓겠습니다. 제가 솔선수범해서 (유엔을)이끌 것입니다. 약속은 지키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이것이 제 평생을 지배해온 신념입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취임사 中>

미국 뉴욕으로 관광을 떠난 한국인이라면 꼭 한 번씩 들리는 관광지가 있다고 한다. 바로 세계적인 브랜드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우리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형 간판이 서있는 맨해튼 42가다.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세계 외교를 진두지휘 중인 반기문 사무총장이 있는 유엔본부다.

이곳을 다녀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돌아온다. 이처럼 반 총장이 우리나라의 자부심이자 자랑거리가 됐지만 지난 2007년 1월 그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초창기에는 역대 사무총장들과 달리 조용히 일을 처리해 ‘보이지 않는 사람’ ‘약한 사무총장’이라는 비난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전 세계는 만장일치로 그의 연임에 찬성했다. 세계가 그의 ‘소리 없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리더십’을 주목한 것이다. 이제 반 총장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리더 중의 하나로 꼽힌다.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반 총장, 그의 리더십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반 총장은 1944년 6월 13일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1리 행치마을 광주 반씨 집성촌에서 아버지 반명환 씨와 어머니 신현순 씨 사이에서 4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충주 교현초등학교와 충주중학교, 충주고등학교를 나와서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 입학한 반 총장은 1970년 2월에 외무고시 3기에 차석으로 합격했고 연수원은 수석으로 이수한 뒤 외무부에 입부했다.

1971년엔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귀어 온 고향친구이자 평생의 반려자인 부인 유순택 씨와 결혼해 슬하에 1남 2녀를 뒀으며 72년 주인도총영사관에서 외교관 임무를 시작으로 국제연합과 과장, 장관보좌관을 역임했으며, 85년 4월에는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같은 해 노신영 국무총리 의전비서관과 미주국 국장, 대통령 비서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주 오스트리아 대사, 외교부 차관을 거쳐 2004년 1월에는 외교통상부 7대 장관으로 취임했다. 2006년 10월엔 유엔 제8대 사무총장에 선출돼 2007년 1월 임기를 시작했다.

그가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된 후 그의 리더십을 배우고자 그에 대한 이야기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의 리더십은 성실함과 겸손, 결단력으로 정리된다. 강한 결단력을 가진 리더로 유명한 반 총장은 당선 직후 자신의 집무실과 부총장, 고위임원의 방이 몰려있는 유엔본부 38층 직원들을 불러 놓고 “38층부터 개혁에 들어갈 것이다”라고 조용하지만 묵직한 지침을 내렸다.

반 총장의 지침에 38층 직원들은 바짝 긴장했지만 정작 반 총장이 말한 ‘개혁’은 자기 자신에게 한 약속이었다고 한다.

당시 유엔은 이라크의 석유판매 허용과 관련해 막대한 이권이 개입되면서 일부 유엔 관리들이 돈의 유혹에 빠져 있었다. 이에 세계 언론은 연일 유엔 관리들의 부패를 보도해 유엔의 위신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키 위해 반 총장은 당선과 동시에 유엔 고위직의 활동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유엔 본부 직원들도 직접 세계 각국 현장으로 파견을 보내는 등 파격적인 개혁안을 발표했다.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반 총장은 성실성과 청렴함을 바탕으로 한 결단력 있는 리더로 평가됐다.

또한 반 총장은 유엔 직원들에게 재산 공개를 요구하며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상식이 돼 버린 (공직자의 재산공개 등) 일들이 유엔에서는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일들이 많다.

유엔의 개혁 강도가 저조함을 볼 수 있는 사례다. 한국처럼 강도 높게 공직 사회 개혁을 추진하는 나라가 드물다. 한국에서의 경험을 유엔에 적용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리더가 불투명하고 깨끗하지 않으면 개혁은 출발조차 힘들다. 나도 (재산을) 공개하겠다”며 먼저 총대를 메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남들에게만 변화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자기개혁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반 총장은 통섭의 리더십으로도 유명하다. 반 총장은 청소년 때부터 적십자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래서 그런지 남을 섬기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었다. 그의 겸손은 국제 분쟁을 중재하는 유엔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직 수락연설 중 “겸손은 결코 헌신이나 통솔력의 부족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겸손은 요란한 팡파르를 울리지 않고서 과업을 완수하는 조용한 결단력”이라고 설명했다.

반 총장은 이 같은 성실함과 겸손, 결단력의 리더십으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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