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1리 행치마을에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생가 ⓒ천지일보(뉴스천지)

 

▲ 반기문기념관 내부 한쪽 벽면에는 방문객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쓴 메모가 붙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반기문 총장의 출생지 방문 르포
연임된 이후 생가 찾는 사람 점점 늘어… 음성군내 학생들에게 반 총장 예방 기회 선사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반기문 UN 사무총장 생가 방문객을 위해 주차공간을 조성했습니다. 협소하지만방문객이 이곳에 차를 놓고 편하게 마을을 구경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일 반 총장이 태어난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1리 행치(杏峙)마을을 방문했다. ‘세계평화의 주역 반기문 출생지 행치마을’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마을 비석 다음으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주차장이었다. 대형버스 10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크기의 이 주차장은 완공된 지 몇 달이 안 됐다.

광주반씨종친회 총무 반선환(54) 씨는 “관광객은 점점 늘어나는데 주차할 공간이 마땅하지 않았다”면서 “이 주차공간이 잘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행치마을은 말 그대로 살구나무가 많다는 뜻이다. 선환 씨에 따르면 이곳은 ‘살구징이’라는 지명이 있을 정도로 살구나무 군락지였다고 한다. 현재는 살구나무가 많지는 않다. 살구꽃철이 지나 눈에 잘 띄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나무에 비해 수명이 길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는 9월 말 완공을 앞두고 있는 마을 길 사업인 ‘비채(비움과 채움)길 사업’의 일환으로 살구나무가 대거 식재될 예정이어서 앞으로는 더 많은 살구나무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선환 씨의 안내를 따라 반기문기념관으로 가기 위해 발길을 돌리니 행치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보덕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풍수전문가 사이에서도 선학인가형(고상하고 우아한 학이 수례를 끄는 형국)이라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보덕산은 큰산, 봉화 뚝, 삼신산이라고도 불리는데 생가를 방문한 김에 좋은 기를 받겠다며 이곳을 오르는 이도 많다고 한다. 왕복 1시간 30분 코스여서 오르기도 무난하다.

비채길 사업이 추진되면 하늘 길, 빛의 길, 땅 길이 조성돼 더 많은 이들이 마을 방문과 함께 보덕산을 쉽게 접할 수 있을 거라는 게 선환 씨의 설명이다.

달라진 것은 마을의 겉모습뿐만이 아니었다. 음성군내 학생들의 글로벌 리더에 대한 꿈도 커져가고 있었다. 지난해 반 총장이 다녀간 뒤 음성장학회에서 관내 학생을 위해 글로벌 리더 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 추진하기 시작한 것.

이는 반 총장이 고등학생 시절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 외교관의 꿈을 키웠듯이 관내 초·중·고 재학생에게 유엔 본부 방문 및 반 총장을 예방할 기회를 줘 글로벌 리더의 꿈을 심어주기 위한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반 총장의 재임 기간인 2016년까지 진행된다.

음성군청 행정과 평생교육팀 배현경 주무관은 “제안과 함께 부탁을 드리자 반 사무총장님께서 관내 학생들을 만나주시겠다는 의지를 보이셨다”면서 “올해 유엔 본부 방문단에 참여할 학생 14명도 이미 선발됐다. 매 학기 영어 성적 평균점수와 학교 자체 영어시험 점수를 합산해 가장 우수한 학생을 선발했는데 모집 과정에서 문의전화가 많이 올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고 전했다.

기념관에 들어서니 이곳 직원인 우춘자 씨가 밝은 미소로 일행을 맞이했다. 우 씨는 “평일에는 200여 명, 주말에는 300여 명 이상의 관람객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면서 “관람객이 많아 관람시간을 한참 지나 퇴근한 적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기념관에서 우 씨로부터 행치마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흙벽집으로 지어진 반 총장의 생가로 발길을 옮겼다. 반 총장은 이곳 사랑채에서 태어났다. 기념관 관계자와 주민에 따르면 당시 생가의 주인은 따로 있었으며 반 총장의 부모가 이곳 사랑채에서 신방을 차렸다. 이곳에서 당시 생가 주인이었던 반홍열(91, 남)‧장계원(90, 여) 씨 부부를 만나 반 총장이 태어날 당시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장 씨는 “반 총장 어머니가 마실을 나갔다가 조짐이 보여 다시 들어왔는데 내 기억으로는 문지방을 넘자마자 순산했다”면서 “울음소리가 우렁차 소리만으로 아들이라고 확신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곳 마을주민 모두는 반 총장을 응원하며 세계평화를 염원하고 있었다. 행치마을에 조성된 ‘반기문 평화랜드’ 주변에서 운동하고 있던 반동환(77, 남) 씨는 반 총장의 이름이 나오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처음에도(반 사무총장 첫 임기) 기뻤는데 연임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특히 개인적으로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세계 임금’이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생각만 하면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면서 “반 사무총장님을 따라 세계평화를 더 마음에 새겼다. 반 총장님의 뒤를 이어 훌륭한 인물이 많이 배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6촌 동생인 반기용(68) 씨는 생가 동네에서 반 총장과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통한다. 반 총장이 차관 시절에 이곳을 방문하면 기용 씨 집에서 식사를 같이 했을 정도다.

반 씨는 “반 사무총장님은 명절을 매번 찾을 정도로 성실하고 격의 없는 분이셨다. 자애하고 소탈해서 때론 친한 친구 같은 형님이셨다”면서 “이제는 마을에 오더라도 마을회관에서 주민과 같이 행사를 하니까 집(반기용 씨 집) 방문이 없어져 아쉽기도 하다”며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그는 “재임 기간 몸 건강하게 세계평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해 달라”면서 반 총장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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