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반기문 UN 사무총장 (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연임을 시작한 지 6개월이 흘렀다. 반 총장의 연임은 유엔 192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공식 승인할 정도로 전 세계적인 공감대 속에 이뤄졌다. 세계가 반 총장의 리더십을 인정했다는 방증이다. 이런 기대에 부응, 반 총장은 지난 반 년간 국제분쟁 해결에 힘을 실었다. 본지는 반 총장의 최근 행보와 살아온 궤적을 더듬어 보며 세계가 그를 주목하는 이유를 상기해봤다.

시리아 분쟁 중재에 안간힘… 미얀마에선 큰 성과 거둬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최근 한 언론에서 국내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조사한 ‘멘토’ 설문조사 결과,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국민 멘토’ 1위로 꼽혔다.

이는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더불어 가장 많은 지지를 나타낸 것이다. 세계 지도자의 반열에 오른 반 총장이 세계 평화를 위해 애쓰는 모습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연임을 시작한 반 총장은 그 어느 때보다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데 역점을 뒀다. 분쟁 해결 없이는 평화도 없다는 인식에 따른 행보다.

반 총장이 연임 후 국제사회에 첫 번째로 요구한 것은 ‘시리아의 개혁’이었다. 2일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시리아에서는 지난해 3월 시작된 반정부 시위와 이에 대한 정부군의 유혈 진압으로 현재까지 1만 6500여 명이 숨졌다.

반 총장은 시리아의 유혈 사태가 계속되면서 중화기를 사용하며 반정부 시위대를 진압하는 정부군을 비판해왔다. 그러면서 반 총장은 갈수록 심해지는 시리아 폭력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더 대담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반 총장은 시리아 ‘훌라 학살’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학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투명하고 신속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훌라 학살’은 훌라에서 어린이 49명 등 108명이 학살된 사건을 말한다. 사건 당시 시리아 정부와 반정부 세력은 서로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일기도 했다.

또한 시리아 영공에서 터키 전투기가 격추돼 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극도로 긴장하자 반 총장은 논평을 통해 “터키와 시리아 정부가 자제심을 갖고 외교적 채널을 통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 평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반 총장의 수고와 노력에도 시리아 유혈 사태는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다. 다만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하지만 반 총장이 나섬으로써 국제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이와 함께 반 총장은 이란과 북한 등 핵무기 개발을 의심받고 있는 나라들에 대해 핵실험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짓고 북한은 추가도발이나 핵실험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이 평화 유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제사회로부터 핵무기 개발을 의심받고 있는 이란에 대해 의혹을 해소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반 총장은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인 노력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반 총장은 서울 G20 정상회의 전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6자회담이 조속한 시일 내에 재개되기를 기대한다”며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서라면 어느 때고 북한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반 총장은 외국 지도자로서는 최초로 미얀마 국회에서 연설하고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났다. 반 총장은 지난 2009년 미얀마를 방문했으나 당시 권력을 가지고 있던 군사정권은 반 총장과 수치 여사의 면담을 불허했다.

군부가 정치 실권을 장악하고 야당 등 정치적 반대 세력을 인정하지 않았던 미얀마 정부는 북한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그런 미얀마가 최근 민주화와 개방을 통해 북한과는 달리 급변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 총장은 미얀마 방문 당시 기자회견에서 “미얀마의 민주화 개혁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며 “미얀마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서방국에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풀어줄 것을 거듭 촉구한 바 있다.
사실 이번 미얀마 방문은 반 총장이 스스로 일궈낸 것이다.

“유엔은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군부의 경고에도, 반 총장은 수차례에 걸쳐 미얀마에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완강했다. 태풍이 미얀마 전역을 휩쓸어 국민이 도탄에 빠진 때에도 유엔의 원조마저 거부했다. 이때 반 총장은 설득을 포기하지 않고 원조물품이 미얀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미얀마는 반 총장을 초대했다. 끈질긴 설득과 인내심이 거둔 결실이었다. 미얀마에서의 성과에는 먼저 손을 내밀고 기다리는 반 총장의 외교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평가다.

이처럼 반 총장은 그동안 국제분쟁을 조정하는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려고 노력해왔다. 외교장관으로서 북핵 문제를 오래 다뤄 조정 및 중재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시리아 유혈 사태는 여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어 일각에선 반 총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실제로 유엔이 난관에 봉착한 시리아 사태의 경우 그동안 반 총장이 해오던 스타일인 인내심을 발휘하는 ‘조용한 외교’가 통하지 않고 있다. 유엔은 그간 두 차례에 걸쳐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유엔 결의안을 안보리 표결에 부쳤다. 하지만 두 번 모두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유엔의 좀 더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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