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 밀실 추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보보호협정에 얽힌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지난 5월 1일 일본과 한·일 정보보호협정에 ‘가서명’ 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에 더욱 부채질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정부가 협정서에 가서명한 사실이 있으면서도 이 같은 사실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아 처음부터 비공개로 추진할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한·일 정보보호협정 밀실 추진 논란에 대해 “즉석 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등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며 “국회와 국민에게 협정 내용을 소상하게 공개하고 설명해 오해가 없도록 조치하라”고 협정 재추진을 지시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 신경수 국제정책차장(육군 준장)과 일본 외무성 오노 게이이치 북동아 과장은 협상 대표 자격으로 5월 1일 일본 도쿄에서 협정안에 가서명했다. 이는 사실상 협정안이 확정됐다고 볼 수 있는 것으로 가서명 자체가 양국 간 이해관계가 모두 조정됐을 때 문안을 확정짓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가서명 후 같은 달 14일 외교통상부가 가서명된 협정문을 법제처에 보내 심사를 의뢰했다고 하니 그 모양새만 다를 뿐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거의 확정지었다고 볼 수 있다. 최종 서명을 보류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협정안에 서명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문제는 협정안을 둘러싼 정부의 태도에 있다. 어떠한 합의와 절차 없이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한 과정이야 두말 할 나위 없고, 협정안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자세가 참 씁쓸하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합의와 절차 없이 이뤄진 것을 두고 ‘밀실 추진 논란’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자 이명박 대통령은 “즉석 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등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이와 같은 발언이 오히려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더 이상 국민은 어리바리하지 않다. 아니 국민이 어리바리한 적은 없었다. 다만 나라가 먼저 살아야겠기에 참고 기다리고 인내해온 것이다. 옛날이야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매체가 한정되어 있어서 숨기고, 가릴 수 있었겠지만 이제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음을 알아야 한다.

물론 ‘협정’이라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국회 동의 없이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지만 과연 국가 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군사정보 보호협정에 대해 과연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문제는 다시금 짚어봐야 할 사항이 아닌가 한다.

특히 외교적으로나 역사․문화적으로 민감한 관계에 있는 일본과 맺는 협정이니만큼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다면 지금처럼 시끄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혹여 이 대통령의 말처럼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한·일 정보보호협정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냉정했으리라 본다. 또한 이 대통령은 밀실 추진 논란에 대한 해명을 하면서 “이 협정은 러시아를 비롯한 24개국과 체결했고 앞으로 중국과도 체결이 필요한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협정”이라는 말을 덧붙인 바 있다.

여기에서 한마디 하고 싶은 것은 정부가 말하는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협정’이라는 것이 과연 이치에 맞는 것인지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국가 간 어떠한 협정을 맺든지 먼저 매인 것이 있다면 그것을 푸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일본 정부와 풀어야 할 문제가 아직도 산재(散在)해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그렇고, 끊임없이 약탈하려 하는 독도 영유권 문제도 아직 그 매듭을 풀지 못했다.

진정한 사과도, 회개도 없는 상태에서 국가 간에 상호 도움이 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국익을 위해 역사도 왜곡하는 일본 정부 앞에 과연 우리가 구할 것이 무엇이며, 이번 협정을 통해 얻는 이익은 또한 무엇이라는 말인가.

이번 밀실 추진 논란과 관련, 협정을 반대하는 이들을 향해 반일감정 내지는 종북논란 등의 말을 꺼내기 전에 무엇보다 먼저 풀어야 할 한일 간 문제들이 아직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반성이 없는 형식적인 협정도 아니 될 것이며, 국제 정세 때문에 마지못해 하는 협정도 안 될 것이다. 이번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양의 탈을 쓴 늑대’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좋은 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이 믿음을 주지 않으면 이 또한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으니 정부가 하는 일에 ‘말 많다’고 눈살을 찌푸릴 것이 아니라 감사함으로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분명 국가가 더욱 부강해지고 잘 사는 것이지 국가가 하는 모든 일에 동티나길 원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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