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드로윌슨센터 루마니아 외교문서 공개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북한이 지난 1972년 7월 4일 발표된 ‘남북공동성명’(7.4성명)을 통해 박정희 정권의 기반을 흔들어 야당 진영의 집권을 도우려했음을 입증하는 외교문서가 공개됐다고 연합뉴스가 3일 보도했다.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북한국제문서연구사업’(NKIDP) 프로젝트팀이 북한대학원대학교와 공동으로 발굴한 1970년대 남북 7.4 성명 이후 상황을 담은 루마니아 외교문서에는 당시 북한이 남북대화를 추진한 속셈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남한 정부를 고립시키려 했던 이른바 ‘평화·선전공세’의 진면목이 잘 드러난다.

1973년 3월 8일자 루마니아 외교문서를 보면 당시 니콜라이 차우세스쿠를 예방한 김동규 북한노동당 비서는 북한이 1971년부터 강화한 ‘대화공세’에 대해 설명하면서 “대화를 통해 남한 대중에게 혁명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남한 괴뢰도당을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혼란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규는 남북대화를 통해 중요한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한 뒤 “남한 혁명운동가들이 지하에서 그들의 활동을 전개해나갈 때 솔직히 현재의 상황은 (대화) 이전에 비해 매우 우호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남북공동조절위와 남북적십자대화 등의 대화채널에 남한의 노동자, 농민, 학생, 지식인, 야당세력 등 북한에 동정적인 세력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은 7.4성명 이후 박정희 정권이 선포한 1972년 ‘10월 유신체제’로 인해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된다. 1973년 3월 1일 평양 주재 루마니아 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한 전문에 따르면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가 출범한 이후 “북한은 유일한 대화 파트너만을 상대해야 했는데, 바로 박정희를 의미한다”고 돼 있다.

박정희 정권이 야당의 남북대화 참여를 봉쇄하자 북한은 몇 가지 다른 전술을 구사한다.

1973년 3월 9일과 17일 평양주재 루마니아 대사관 보고 전문을 보면 북한은 1973년 3월 평양에서 개최된 2차 남북조절위원회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사안을 다른 어떤 안건보다 먼저 해결하자”고 요구한다.

전문(17일자)은 “북한은 특히 남북 상호 군축을 위한 5개항을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5개항은 남북 모두 병력규모를 10만 명 이하로 줄이고, 외국군의 무기 반입을 중단하고, 한반도에서의 외국군 철수 등을 골자로 한다.

북한은 7.4 공동성명 1주년이 되는 1973년 여름, 남한에 대한 공격을 더욱 노골적으로 전개한다. 특히 유엔 동시가입을 추진한 남한에 대해 “한반도 분단을 고착시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고 그해 6월 23일자 루마니아 대사관 전문은 전한다.

이와 함께 북한은 자신들의 대화공세 전술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을 알고는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직접 체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그러나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으로 이마저도 물거품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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