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으로 밀수출

[천지일보=이솜 기자] 경찰이 대출을 미끼로 신용불량자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고가의 스마트폰을 개통한 후 국내외에 대포폰 등으로 불법 판매한 일당을 적발했다.

경기도 의정부경찰서는 휴대전화 대리점과 짜고 신용불량자 명의로 대출사기극을 벌이면서 이를 통해 얻은 단말기를 대포폰으로 유통하거나 중국으로 밀수출한 혐의로 총책 곽모(42) 씨와 대포폰 유통책 한모(45) 씨 등 6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 2011년 11월 1일부터 5월 23일까지 4천여 명의 명의를 이용해 6천여 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이들은 이를 국내에서 대포폰으로 유통하거나 중국에 밀수출해 단말기 1대당 38만 원~42만 원에 팔아 총 42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곽 씨 등은 또한 공모한 대리점으로부터 휴대전화 개설 대가로 15억 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 이들은 고가의 스마트폰이 시중에서 중고로 거래되고,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이 가입자 유치에 사활을 거는 점을 악용해 주로 100만 원 내외의 소액 대출이 필요한 신용불량자에게 대출을 미끼로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총책과 모집책, 개통책, 판매책 등 역할을 분담해 점조직 형태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상담내역을 편법으로 녹음해 피해자의 항의와 문제해결을 회피했다. 곽 씨 등은 특히 유심(USIM)칩을 피해자에게 보내 ‘명의 이용에 따른 피해가 없다’고 속인 뒤 대리점의 휴대전화 개설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3개월이 지나면 대출금을 상환받아 단말기 비용과 대포폰 사용료를 피해자에게 떠넘겼다.

실제로 100만 원 상당의 스마트폰으로 대출을 받은 신용불량자 등의 피해자들이 손에 쥔 돈은 20여만 원에 불과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통신기기 할부금이나 위약금 없이 가입을 해지하려다가 더 깊은 신용불량자의 수렁에 빠지는 악순환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폰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와 보증보험 회사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범죄로 발생한 부실채권을 세금으로 보전할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보고, 정상적인 휴대전화 개통이 아닌 미납사고가 예정된 가입분에 대해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지급보증을 한 사실이 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전산망을 관리하는 통신사의 과실 여부 등 수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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