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 지친 유권자, 과거로 회귀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멕시코 대선에서 1일(현지시각) 엔리케 페냐 니에토(45)가 승리를 거두며 12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뤘다.
멕시코 연방선거관리위원회(IFE)는 이날 제1야당인 제도혁명당(PRI)의 대선후보인 페냐 니에토가 38%대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2위를 차지한 민주혁명당(PRD)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59)에 6∼7%p가량 앞선 결과다. 집권 국민행동당(PAN)의 첫 여성 대선후보인 호세피나 바스케스 모타(51)는 25%대의 지지를 받아 3위에 그쳤다.
레온다르도 발데스 IFE 위원장은 개표결과를 발표한 자리에서 “멕시코 역사상 어느 선거 때보다 많은 유권자들이 참여했다”며 투표율이 62%라고 밝혔다.
IFE의 개표결과는 최종 결과는 아니지만 사실상 당선자를 확정짓는 것으로 최종 결과는 일주일 안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표결과는 전국 14만 3천여 개 투표소 중 7500곳을 무작위로 추출해 얻어낸 것으로 예비선거 결과 혹은 ‘당선자 예측프로그램’에 따른 결과로 불린다. IFE는 이번 결과의 오차가 0.5%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IFE의 결과 발표에도 좌파후보인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패배를 인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개표작업이 20%대 머물고 있는 만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지난 2006년 대선에도 출마했다가 펠리페 칼데론 현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무릎을 꿇었다가 재수 끝 도전에서도 패배를 맛보게 됐다.
중도 성향의 PRI가 승리함으로써 멕시코는 보수에서 중도로 정치 변화를 경험하게 됐다.
페냐 니에토는 개표 결과가 나온 뒤 당사에서 가진 연설에서 “새로운 국가를 원하고 과거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다”면서 국가가 과거 70년간 집권했던 제도혁명당에 두 번째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또 조직범죄와 어떠한 협정이나 휴전은 없다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마약 소탕에 지친 유권자가 멕시코의 과거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2006년 취임 뒤 군을 동원해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5만 명이 사망했고 마약 재배 면적은 2006년 5000ha에서 2010년 1만9500ha로 네 배 가까이 커졌다. 무고한 시민의 희생과 인권침해가 이어졌다.
마약 폭력에 맞서 피 흘리는 전쟁은 더 이상 해결책이 아니라는 민심이 이번 대선에서 표출된 셈이다.
빈곤 해결도 문제다. PAN이 집권한 지난 12년 동안 1500만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했으며, 하루 벌이가 14달러도 안 되는 노동인구 비율이 61.5%나 된다.
페냐 니에토 당선자는 2005년 멕시코 주지사에 당선되면서 멕시코 정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재임기간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힘써 좋은 평판을 얻었고, 준수한 외모에다 2010년 인기 탤런트와 재혼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