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더니 한국교회의 현실이 딱 그렇다. 최근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였던 전병욱 목사가 ‘홍대 새교회’를 열고 다시 목회를 시작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삼일교회 측에 따르면 전 목사는 ‘여신도 성추행’ 파문으로 2010년 교단에서 물러나면서 2년간 수도권 내 교회를 개척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전 목사가 삼일교회를 떠날 당시 교회 측은 주택구입비, 퇴직금 등을 따져 10억 6500만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물론 전 목사에게 지급한 전별금 형태의 이 금액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하튼 수도권 내 교회 개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과 관련 삼일교회 신자들은 지난달 28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 전병욱 목사의 직위를 박탈해 달라는 내용의 목사 면직청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둘째치고라도 목사로서 ‘여신도 성추행’과 관련된 제대로 된 해명도 회개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목회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삼일교회 측의 주장에 전병욱 목사 측은 피해 여성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전 목사를 사임시키려고 과장되거나 허위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등 하나님 앞에 참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병욱 목사와 같은 경우 한때 청년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목사로 각광받던 목회자였다. 말도 잘할 뿐더러 청년들과 소통도 잘하는 등 소위 말하는 ‘인기’ 있는 목사였다. 그래서인가. 전 목사의 성추문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년들이 전 목사가 새로 개척한 교회로 간다거나, 삼일교회 교인에게 연락해 예배에 한번 참석할 것을 요구하는 등의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청렴하고 결백하며, 깨끗해야 할 종교지도자가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일에 관련이 있다면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고, 죄가 있으면 회개하는 것이 먼저일진대 다시금 목회를 시작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싶다.

이뿐 아니다.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목동 제자교회의 일 또한 그렇다. 정삼지 담임목사와 관련 반대파와 지지파의 계속된 충돌로 교회는 주일예배를 지난달 3일부터 몇 주 동안 본당 예배당이 아닌 주차장에서 드렸다. 담임목사의 비리를 둘러싼 반대파와 지지파의 팽팽한 대립이 아직도 끝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목동 제자교회의 문제 또한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돈’이 연관되어 있다. 법원에까지 갔을 정도로 돈과 권력을 둘러싼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교회 측의 이러한 충돌로 피해를 보는 것은 교인들만이 아니다. 주일마다 교회 측과 반대 측에서 나오는 확성기 소리로 인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이웃 주민들에게까지 피해가 가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교회 안에서 해결하지 못한 분쟁이 결국 애매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가져왔고, 결국 한국교회의 불신을 조장하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어디 이러한 일들이 앞에 언급한 교회들뿐이겠는가. 한국교회 전반에 걸쳐 곰팡이처럼 번져가고 있는 온갖 문제와 비리들 때문인지 사람들도 이젠 웬만한 일로는 놀라지 않는 것 같아 그게 더 씁쓸할 따름이다. 돈과 권력, 교회세습, 성추문 등의 문제 외에도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다시금 고개를 내밀고 있다.

목회를 하고 있을 때뿐 아니라 은퇴를 한 뒤 목회자들의 삶 또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몸집이 큰 대형교회를 은퇴한 목사 중에는 전별금으로 18억 원을 받는 목사가 있는가 하면 노후가 막막한 목회자들도 많은 것이 바로 지금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만일 한국교회가 이들 목회자들 모두가 한국교회를 위해, 하나님의 일을 위해 사역해왔다고 생각한다면 은퇴 후 이들 목회자의 삶까지도 생각했을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 그대로 나뉘어져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 차원에서 무엇인가 대책을 세웠을 것이란 말이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여전히 자기 교단, 자기 교파, 자기 교회만을 생각할 줄 알았지 정작 ‘한국교회’는 돌보지 못했다. 또한 교인들도 돌아보지 못했다. 교회 내 문제가 생기면 혹시 교인들이 떠나지는 않을까 걱정만 했지, 교인들이 왜 떠나는지는 생각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개교회에 문제가 있어 교인이 떠난다면 그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힘썼어야 했다. 목동 제자교회의 분쟁과 관련, 혹 이러한 일들로 교인들의 수가 줄어들까봐 걱정하는 소리가 있었지만 다행히 교인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안심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다행’이라고 안심하는 그 모습에 안타까움과 함께 가슴 아픔을 느낀다.

많은 수의 한국교회가 돈과 권력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지금 그 모습을 보고도 회개할 줄 모르고, 가슴 아파할 줄도 모르며, 안주하는 모습을 과연 하나님께서 어떻게 바라보실까 생각하는 한국교회와 교인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신앙은 인정에 호소하는 것도 매달리는 것도 아니다. 신앙의 기준은 오직 성경이며, 하나님의 뜻에 따라 행하는 것임을,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교회 목사님이 아닌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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