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소진의 계책으로 진나라 재상이 된 장의가 제나라를 치기 위해 초나라 회왕을 찾아가 설득을 했다. 모든 신하가 찬성을 하는데 유독 한 사람 진진(陣軫)이 반대를 하고 나섰다. 회왕이 까닭을 묻자 그가 설명했다.
“진나라가 초나라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뒤에 제나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나라와 국교를 끊으면 초나라는 외톨이가 됩니다. 저 진나라가 외롭게 된 이 나라에 사방 육백 리의 상과 어의 땅을 순순히 줄 리가 없습니다. 장의가 진나라로 돌아가면 반드시 대왕과 약속을 어길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제나라 국교를 단절한데다가 진나라와도 대결하는 결과가 됩니다. 이들 두 나라가 연합하여 공격하리라는 것은 너무도 명백합니다. 제 소견은 제나라와는 겉으로 단교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 뒤 장의에게는 감시자를 은밀히 붙입니다. 제나라와 완전히 단교하는 것은 진나라로부터 약속한 땅을 받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초나라 왕은 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제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나는 내 생각대로 영토를 넓히겠소.”

회왕은 장의를 초나라 재상에 임명하고 선물도 후하게 내렸다. 초왕은 제나라와 국교를 끊고 진나라로 돌아가는 장의에게 초나라 장군 한 명을 사자로 딸려서 보냈다. 진나라로 돌아온 장의는 도착하자마자 말고삐를 잘못 잡은 것처럼 하여 마차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는 그 구실로 석 달 동안 조정에 나가지 않았다.

그 소식을 들은 초나라 회왕은 자신이 제나라와 단교한 내용이 미진하여 약속한 땅을 주지 않는가 하여 송나라의 통행증을 빌려 제나라에 사자를 보내 제왕에게 심한 모욕을 주었다. 이에 격분한 제나라 왕은 즉시 보복 조처를 했다. 그는 진나라에 머리를 숙이고 국교를 맺었다. 그렇게 하여 진과 제의 연합이 이루어졌다.
장의는 그때야 비로소 조정으로 나갔다. 그런 다음 초나라의 사자에게 말했다. “나는 사방 여섯 리의 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초나라에 드리겠습니다.” 초나라 사신이 항의했다.

“나는 상과 어의 육백 리의 땅을 준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방 여섯 리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장의의 태도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사자는 곧장 귀국하여 초나라 왕에게 그 사실을 보고했다. 화가 난 초나라 왕은 진나라를 치기 위하여 바로 전군에 동원령을 내렸다. 그때 진진이 나서며 말렸다.

“기다려 주십시오. 이제 말씀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 진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이로울 것이 못 됩니다. 오히려 진나라에 영토를 떼어 주고 비위를 맞추어 진과 연합하여 제나라를 공격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진나라에 준 대가를 제나라로부터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초나라는 한 치의 땅도 잃지 않고 일을 끝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초나라 왕은 듣지 않았다. 그는 장군 굴흉(屈匈)을 총사령관에 임명하여 출전 명령을 했다. 진과 제나라는 연합하여 초나라 군대를 맞이하여 싸웠다. 초나라 군대는 크게 패하였고 그때 장군 굴흉도 죽었다. 승세를 따라잡은 연합군은 초나라 땅을 휩쓸고 단양, 한중을 빼앗았다.

초왕은 군대를 정비하여 다시 진나라를 역습하였다. 두 나라는 남전에서 부딪쳤다. 여기서도 초나라는 무참히 패했다. 초나라는 진나라에 두 성을 떼어 주고 강화를 맺었다.

그 얼마 뒤 진나라는 상과 어의 땅과 초나라 검중 땅과 교환을 하자고 제안을 해왔다.

초나라 왕은 조건을 붙였다. “땅의 교환은 사양하겠다. 단, 장의를 보내 준다면 검중 땅을 주겠다.” 진나라 왕은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반기면서 장의에게 초나라로 가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자 장의가 선뜻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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