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인 위안부 피해자 박옥선(88) 할머니가 일본 우익이 저지른 만행에 관해 이야기하다 격분해 울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너무 억울해 며칠째 먹지도 자지도 못해
“외교통상부, 일본통상분지 한국통상분지…”
“韓정부 더 미워, 나라 찾았는데 왜 가만두나”
매춘부 취급하는 몰염치한 일본인에 분개

[천지일보=김명화 기자] 경기도 광주 퇴촌면 원당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보금자리 나눔의 집은 무갑산이 호위하고 있는 가새골 자락에 터를 잡고 있다.

주렁주렁 벌겋게 익은 토마토 밭을 지나 경안천 하류를 끼고 십여 분 들어가면 마을 중턱에 자리한 ‘나눔의 집’을 찾을 수 있다.

27일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의 안내로 마당 한쪽 편에 위치한 건물로 들어갔다. 성한 곳 없는 아픈 몸을 작은 의자에 의지하고 있던 할머니들이 인사를 건네며 이야기 나누기를 청했다.

당장 할머니들은 위안부 소녀상 말뚝 사건 이야기를 꺼내자 분개했다. 특히 이용수(83) 할머니는 분하고 억울해 며칠 동안 먹을 수도, 잠을 이룰 수도 없어 울기만 했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15살 때 모습을 모델로 삼아 만든 소녀상이 말뚝 박힌 채 앉아 있는 장면은 충격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그 동상이 저예요. 스즈키 노부유키가 저보고 매춘부라고 부르고 제 몸에 말뚝 박고 몽둥이로 때려서 죽이려고 한 거 아닙니까? 감히 가해자가 피해자 나라에 유유히 들어와 대낮에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데 도대체 정부와 경찰은 뭐하고 있었는지 정말 한심스러워요. 외교통상부는 일본통상부인지 한국통상부인지 모르겠어요.”

이 할머니는 앞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 20년 동안 아픈 몸을 끌고 다니며 투쟁을 했지만 한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무관심한지 이번 사건을 통해 여실히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전에는 조선의 딸인 것이 자랑스러웠는데… 이제는 어디를 믿고 어디를 의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혈혈단신 같아요. 정말 아파요.”

할머니는 복받쳐 오르는 설움이 참기 힘든 듯 또다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기에 며칠 뒤 기자회견을 갖고 말뚝을 세운 스즈키 노부유키에 대해 국제평화인권센터와 대구시민모임 등과 힘을 합쳐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대부분이 노인성 질환, 성적 질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 일본군의 성 노예였다는 참혹한 당시의 경험은 7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할머니들을 분노케 하기 때문이다.

올해 86세인 이옥선 할머니는 15살 되던 해, 쥐도 새도 모르게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해야만 했다.

“울산에 있을 적에 큰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남자 두 놈이 나타나서 벼락같이 끌고 갔어. 안가겠다고 발버둥 치니까 강제로 끌고 가서 트럭 위로 던져버렸어.”

위안소에서는 이 할머니를 ‘도미코’라 불렀다. 할머니는 당시 하루 30~40명 정도의 일본군을 상대하면서 차라리 죽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위안소에서는 죽는 것도 뜻대로 할 수 없었다.

하루는 일본군 장교가 14살 먹은 옆방 위안부를 칼로 난도질해 죽인 것을 목격했다. 성숙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잠시 이야기를 멈춘 이 할머니는 입이 마른지 물로 목을 축인 후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일본 놈들 아주 더럽고 치사해. 하자는 대로 안하면 욕하고 때리고, 너무 맞아서 쓰러지면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쏘고… 위안소는 사람 잡는 데야!”


일본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이 할머니는 보상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과거 한국의 딸들에게 지은 죄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어 할머니는 “사실 나는 우리 정부가 더 미워. 해방돼서 나라를 찾았으면서 우리 문제를 내버려둬. 우리가 나서서 주먹질을 해야 되겠어?”

가슴을 연신 내리치는 할머니의 연약한 주먹이 답답한 심정을 풀어줬으면 좋으련만 이마저도 애처롭게 보였다.

현재 우리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할머니는 234명이며 이 중 60명이 생존해 있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로 첫 증언을 하고 난 이후 피해자 할머니들과 민간단체의 노력으로 이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듯해 보였으나 일본 정부는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위안부 동원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데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식민지배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는 실질적으로 끝났다는 입장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요구는 일본의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교과서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이지만 이에 관해 일본은 “이미 끝난 문제”라고 딱 잘라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관해 안 소장은 “역사인권 의식 없는 일본인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위안부는 강제성이 없었기 때문에 매춘부라고 말한다. 이러한 행동은 상식이 없는 차원을 넘어서 몰염치한 행동이며 인간이기를 포기한 행태다”라면서 “우리 정부의 강력한 항의와 외교적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안 소장은 최근 있었던 일본 극우파들의 행태에 대해 한국 국민을 대신해 국가차원에서 서둘러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 우익의 잘못된 행동들은 오해된 역사를 배운 결과이기 때문에 그들의 미래에 관해 걱정이 앞선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안 소장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은 살아있을 때 매춘부로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죽어서 그 낙인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의 시급한 대책 마련과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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