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허물을 고하고 반성하며 회개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르는 사람에게 어느 누가 일을 맡길 수 있겠으며, 회개할 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어떤 일인들 잘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하물며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잘못을 저질렀다면 훈계하고 타이르며 사과하게 만드는 게 인지상정이요, 양심을 가진 사람의 행동이다. 특히 일본인과 같이 “스미마셍(すみません)”을 습관처럼 내뱉는 민족에게 ‘사과’는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정일 것이다. 살짝만 부딪혀도 “스미마셍”을 내뱉는 그들이건만 왜 그보다 더 크고, 엄청난 잘못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옛말에 ‘겉 다르고 속 다르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기에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작은’ 실수에라도 연신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 형식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 나머지 말 그대로 습관적으로 입에 붙은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사실 전 세계를 전쟁과 죽음의 공포 속으로 떠민 세계 2차대전과 같은 경우, 종전 후 전범으로서의 일본에 대한 처벌은 그들이 저지른 만행에 비하면 가벼웠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본 군국주의를 주도했던 군인들 중에는 사형을 당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정치인과 군인들은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는 정도에 그쳤으니 그들은 자신들의 죗값보다 가벼운 처벌에 감사함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이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증거로 내걸며 온갖 만행을 저질렀던 천황제와 같은 경우, 천황제는 폐지도 되지 않았을 뿐더러 천황 또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천황을 마치 신처럼 떠받들던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게 있어 천황의 명령은 곧 자신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었으니 천황을 신으로 알고 떠받들며 자신의 목숨을 가벼이 여긴 그들도 피해자라면 피해자일 수 있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범으로서의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을 전쟁과 죽음의 공포 속으로 끌고 들어갔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마땅히 져야 했지만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다면 그거 하나만으로도 감사와 회개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도 모자랄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아직도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쩌면 자신들의 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상식이 있는 민족이라면 당연히 자신들의 죄를 인류 앞에 자복해야 할진데 아직도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이는 둘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 첫째는 그들의 사전엔 ‘사과(謝過)’란 없는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이성’이 없는 민족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너무하다 싶을 수도 있겠지만 과연 누가 너무한 것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둘 중 하나의 이유라면 차라리 이성이 없기 때문인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과할 줄 모르는 민족이라는 것에는 자신들의 잘못을 알고 있다는 것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뉘우치지도 않고, 회개하지도 않으며 사과조차 모르는 철면피보다야 차라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이 무엇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이성’이 없는 민족인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이성’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기에 위안부 소녀상 옆에서 ‘매춘부’라는 어이없는 발언을 해대며 그것을 자랑스럽다는 듯이 인터넷에 올리는 상식 밖의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요,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쓰인 말뚝을 이곳저곳 박고 다닐 수 있는 것이리라.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이기에, 또 어떠한 민족이며 나라이기에 그토록 잔인할 수 있으며, 상식이라는 것이 통하지 않는지 의아할 뿐이다. 하지만 일본이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는 것을 어찌 일본 탓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 이미 국제사회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침략 전쟁의 피해자로 인정하고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일본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잘못 또한 있으리라.

한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본의 만행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 본다. 한국 정부 역시 위안부 관련 문제와 독도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일본 정부에 항의한다’고는 하지만 어떤 의미의 항의인지, 어떻게 항의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일본이 자신들의 만행을 역사 앞에 고하고, 피해자들 앞에 무릎 끓고 진정으로 회개하고 사과하게 하려면 우리 또한 더욱 강하게 맞서야 한다.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고,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국가권력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외려 세상에 진실을 알려야 하겠다는 강직한 성품과 인내, 끈기 등이 일본의 ‘사과’를 받아낼 수 있는 더욱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인류는, 전 세계는 물질문명이 아닌 정신문명에 의해 움직일 때다. 더 이상 부와 권력이 아닌 역사의 진실과 진리, 선과 옳음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움직이는 시대가 왔음을 깨닫고 불의 앞에 더욱 당당히 맞서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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