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뉴스천지)

장순휘 한국국방문화혁신포럼 대표
애국현장 시에 담아… 국방문학 최초 ‘그랜드 슬램’ 달성
“호국이 구시대 유물이 돼가는 시대에 대한 외로운 외침”

장순휘(55, 예비역 중령) 한국국방문화혁신포럼 대표가 네 번째 시집 ‘우리가 걸었던 길’을 냈다. 세 번째 작품 이후로 6년 만이다. 직업군인의 삶을 살았던 장 대표는 그의 문학 작품에 매번 애국혼을 담아내고 있다.

장 대표는 26일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대 육군사관생도로 군생활을 시작해 50대 장년으로 전역을 하면서 오로지 분단조국의 안보를 위해 헌신했던 삶을 돌이켜 보았다”면 시집을 낸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작품 속에는 민간인의 상식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군인세계의 사유(思惟)가 내포돼 있다”면서 “호국애국의 현장을 시로써 적었는데 다소 기교면에서 투박해도 시심의 애국혼은 군장병과 국민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직업군인들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존재한다는 가치를 기록으로써 남겼다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사실 장 대표는 주목할 만한 경력이 있다. 그는 국방문학의 3대상으로 불리는 ‘병영문학상’ ‘전쟁문학상’ ‘화랑문학상’에서 시(詩)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로써 국방문학 최초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리고 문예전문지 ‘문학공간’에서 시 부문 시인문학상(2003년)과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2008년) 그리고 소설 부문 신인문학상(2012년)을 받았다. 이에 따라 시‧수필‧소설의 3개 부문에 최초로 모두 등단한 첫 군인문학인이라는 명예를 갖게 됐다.

장 대표는 “저의 시 세계는 나라와 군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군인적 시각에서 나오는 내면의 통찰 그리고 호국과 애국이 구시대의 유물이 돼가는 시대에 대한 외로운 외침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큰 성과를 달성했지만 그 내실이라는 더 어려운 도전 앞에 서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자신을 낮췄다.

사실, 그의 문학에 대한 도전은 생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분초를 다투는 육사생도시절에 가슴을 울리는 나라사랑의 마음을 시로써 표현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시를 쓰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만으로가 아니라 가시적 표현으로 쓴 시는 누군가에게 공감을 줍니다. 궁극적으로는 ‘이육사’ ‘윤동주’ ‘한용운’ 같은 시인들처럼 시로써 민족에게 나갈 방향을 제시하는 소명감이 글을 쓰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문학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고 믿기에 시의 힘을 믿습니다.”

문학인의 길을 걸으면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는 “현역군인이 시를 쓴다는 것이 사치라는 비난도 받은 적이 있었다”며 “시를 안 썼다면 진급이 잘 되었을 것이라는 까칠한 소리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했다.

“시인에게 시를 쓰지 말라는 것은 시인인생의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것이기에, 이를 감수하면서도 묵묵히 시인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비록 아쉬움이 없지 않으나 ‘군생활은 짧아도 시인은 길다’라는 명제를 생각하면서 결코 후회하지 않는 길을 걸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터인가 각종 모임에 가면 시인이라고 시를 낭송하라는 주문이 있어서 항상 수첩에 몇 편 가지고 다닙니다. 그러니까 노래를 대신해서 시를 낭송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자리에 함께한 시민들도 경청해주고 감동을 나누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아직 우리 사회가 시인이 죽은 사회가 아니구나 하는 실감도 합니다.”

그의 대표작은 ‘백두성산’이라는 작품이다. 이 시는 제14회 전쟁문학상 시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관련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를 읽은 후에 “군인이 이런 시를 썼다니 대단하구먼”이라면서 격려를 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장 대표는 “백두산 정상에서 초안을 잡은 이 작품에는 통일이라는 단어를 안 쓰고 남북한이 평화통일을 해야 하는 민족사의 근원적인 해설을 시로써 풀었기 때문에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느끼게 한다”면서 “백두산에 거룩한 성(聖)자를 처음 명명한 시인이기에 더욱 애정을 가진다”고 소개했다.

이어 장 대표는 호국 문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의식행사가 있습니다. 그런 곳에는 무수한 말의 성찬(盛饌)이 쏟아집니다. 그러나 행사 후에 기억되는 말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이뿐만 아니라 어느 때부터인가 반공과 애국은 색깔론의 원조단어가 되어서 평가절하와 기피대상이 되어 있는 안타까움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래서 문학이라는 방법론적 사회화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가치의 부재가 느껴지는 시대일수록 호국과 애국의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은 남북분단의 어려운 시대입니다. 이 시대는 르네상스적인 문화발전도 필요하지만 호국과 애국이라는 가치를 도외시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가 비록 생활 속에 읽히지는 않지만 나라사랑의 정신으로 쓰인 시들은 언제고 누군가의 가슴에 되살아서 사회발전에 기여할 것을 확신합니다. 저는 각종 행사에서 호국시가 널리 낭송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