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우는 밤

윤문자(1942~  )

무논에
운다

가갸 거겨
한하운이 운다

그만 울까 하다가
밤새도록 운다

모낼 때가 되면 물이 그득 담긴 논에서 개구리들이 울어댄다. 늦봄 그 괴괴한 한밤중에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소리는 어쩌면 서글프기도 하고, 어쩌면 처량하기도 하다. 그 소리가 어쩌면 ‘가갸 거겨’ 하고 들리기도 하고, 어쩌면 ‘고교 구규’ 하고 들리기도 한다.
처량한 무논의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소록도를 찾아갔을 문둥이 시인 한하운을 생각한다. 문드러진 발가락, 하염없이 황토길 따라 갔을 한하운 시인. ‘그만 울까 하다가 밤새도록 운다.’ 개구리 처량하게 울어대는 밤이면, 왠지 서럽게, 서럽게 살아갔을 사람들 생각이 난다.
‘가갸거겨 고교구규’ 그만 울까 하다 밤새도록 우는 우리네 슬프고도 슬픈 삶. 그들 개구리들은 무논에서 밤새도록 이러한 우리를 대신 하여 그 울음 울어주고 있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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