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무성의하고 상식 밖의 행동이 또 한 명의 피해자를 만들었다. 지난 4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수원 여성 살해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112 신고에 대한 경찰의 잘못된 행동이 또 한 번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번 사건과 연관된 파출소가 ‘오원춘 사건’ 관할이었던 수원 중부경찰서의 파출소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30대 여성이 112에 신고해 폭행을 당하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내용의 신고전화에 부적절하게 대응해 벌어진 사건이다.

수원시 지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 사는 피해여성은 동거남인 최모 씨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112로 전화해 폭행을 당하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신고했고, 112 신고센터는 중부경찰서로 지령을 내려 보냈다. 다시 중부경찰서는 동부파출소에 출동명령을 내렸지만 동부파출소의 인력부족에 따라 사건을 맡게 된 행궁파출소의 경찰관들이 이상한 대응을 한 것이다.

해당 경찰관들은 신고지에 다시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최 씨가 “신고한 사실이 없다”고 대답하자 오인신고로 생각하고 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일로 인해 피해여성은 이틀 동안 감금된 채 더욱 심하게 폭행을 당해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심한 부상을 입게 됐다. 경찰의 어이없는 대응이 불러온 사건이다. 자칫하다가는 더욱 큰일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신고자의 집에 다시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것도, 신고한 일이 없다는 말에 그냥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것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다. 허위신고든, 오인신고든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신고자의 안전을 위해 출동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출동하고 보니 거짓신고였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될 것이다. 신고한 사람이 위험에 처해있나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판단은 혼자만의 생각으로 임의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오원춘 사건이 준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책임을 통감한다는 허울뿐인 말보다는 어떻게든 책임을 지려하는 경찰들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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