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수업을 마친 여중생들이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교복치마를 입고 신촌역 주변을 걷고 있다. 한 외국인 남성이 이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고삐 풀린 ‘짧은교복’ 광고·쇼프로·드라마까지
도 넘은 교복 광고… “해도해도 너무 짧다”
학교·학부모·교사 ‘광고 속 교복 길이’ 지적

[천지일보=이승연, 김일녀, 김지연, 박수란 기자] 학생들을 향해 ‘아이유 간지스타일’ ‘다리가 길어 보이는 학생복’ 등을 외치고 있는 교복업체들의 직‧간접광고. 이 광고에 등장하는 교복치마가 ‘하의실종’을 방불케 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천지일보가 100명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설문조사를 벌이고, 학생‧학부모‧교사의 인터뷰를 통해 조사한 결과, 현재 교복업체 광고 속 치마가 너무 짧다는 지적이 쇄도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학생 중 절반에 가까운 47%의 학생들이 ‘광고 속 치마 길이가 짧다’고답했으며 ‘많이 짧다’고 응답한 학생도 20%에 달했다. 원하는 치마 길이로 무릎 위 5~10㎝를 선택한 응답자가 50%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 교복광고나 드라마에 나오는 교복치마의 길이는 무릎 위 20㎝를 훌쩍 넘어서 있다.

특히 학부모와 교사들은 광고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교복을 심각하게 여겼다. 문제는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복광고를 접한 사람이면 이구동성으로 치마의 길이를 지적하고 있음에도 대기업의 ‘하의실종’ 마케팅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현재 이런 교복업체들의 광고물이나 방송 간접광고(PPL) 등을 제재해 줄 법이나 기관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교복업체부터 교복의 순기능이 강조될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학부모 ‘두손두발’ 들게 한 ‘하의실종’ 교복광고

“학생들보고 미니스커트를 입으라는 건지, 대체 교복회사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광고를 만드는지 모르겠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인데, 교복이라는 생각보다 연예인의 하의실종 패션이 떠오른다.”

걷잡을 수 없이 짧아지는 교복광고 속의 치마를 보며 학부모, 전문가, 심지어 학생들 사이에서도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학교 앞, 번화가 등지에서 마주친 학생들은 본인도 짧은 교복치마를 입었음에도 교복업체가 만든 카탈로그나 온라인, 드라마 등에 등장하는 교복치마의 길이를 지적했다.

신명진(가명, 16, 여) 양은 “실제로 이렇게 만들지 않으면서 광고에서 이렇게 짧은 치마를 입은 모델을 등장시킬 필요가 있을까. 비현실적인 광고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마트에서 마주친 학부모 배나리(45, 여) 씨는 자녀 교육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제는 하다 하다 안돼 두손두발 다 들었다. 조금 길게 입히고 싶어 치마를 재구매하려고 교복 대리점에 갔는데 대리점에 붙어있는 광고 전단물 속 연예인들의 교복치마가 하나같이 다 짧아서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속수무책이다. 한 교사는 “벌점카드를 발급해도, 남겨서 지도를 해도 그때뿐이다. 학생들이 즐겨보는 드라마에서 50㎝도 안 되는 짧은 교복을 입는 게 묘사되는 걸 보면 덜컥 다음날 아이들 지도할 걱정부터 앞선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 2012년 스쿨룩스 교복 광고(왼쪽). 따라 하기라도 한 듯, 학생들의 교복 차림새가 광고 속 연예인의 모습을 닮았다. 한 학생은 걸어가면서 짧은 길이의 치마가 신경 쓰이는지 손으로 치마를 끌어내리고 있다(오른쪽). ⓒ천지일보(뉴스천지)

◆ 2008년 방송광고 심의 사라지면서 무릎 위 ‘껑충’

언제부터 광고에 등장하는 교복길이가 짧아지기 시작했을까.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편도준 실장은 “2008년 방송이나 광고물에 대한 사전심의가 사라지면서 광고나 드라마 속 교복치마 길이가 현격히 짧아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7년 제작된 대형교복 4사(스마트, 아이비클럽, 엘리트, 스쿨룩스)의 광고만 봐도 치마길이가 무릎선을 유지하면서 비교적 단정하게 묘사됐다. 하지만 법적 심의가 사라진 2008년 광고에서부터는 경쟁하듯 교복치마 길이가 짧아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교복업체들은 심의제도가 사라지길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마르고 늘씬한 유명연예인을 등장시켰고, 여성 연예인들은 하나같이 짧은 교복치마를 입고 있었다.

심지어 이 같은 광고는 카탈로그나 전단을 넘어 전파를 타고 방송광고로도 송출됐다. 하지만 2009년 1월 이후 방송에서는 교복광고가 물러나기 시작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복협회가 교복업체들에 교복값 상승원인으로 작용하는 유명연예인이 나오는 광고를 자제해줄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방송광고는 점차 줄어들었고 현재 교복4사는 방송광고는 하지 않고 있다.

방송광고를 통한 마케팅에 장애가 생기자 기업들은 카탈로그나, 회사 홈페이지, 블로그 등에서 광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때부터 광고와 미디어에 등장하는 교복치마는 ‘하의실종’ 수준으로 정착화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2006년부터 최근 2010년까지 달라진 교복의 모습. 방송광고 심의제도가 사란진 2008년 이후부터 치마 길이가 현격하게 짧아짐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각 사)

◆ 짧은교복 대범하게 드라마·쇼프로그램까지 침투

교복치마 길이가 원상복귀되기는 커녕 이젠 ‘하의실종 교복’이 광고를 넘어서 드라마, 쇼프로그램에까지 등장했다.

10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학원물 드라마만 봐도 현재 매체를 통해 아이들에게 노출되고 있는 교복의 길이가 얼마나 짧아졌는지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학원물 드라마인 1999년 KBS에서 제작한 ‘학교’라는 드라마에서는 교복 치마가 거의 무릎선에 맞춰져 있다. 당시 학생들이 입는 교복과 거의 다른점이 없었고 무릎선 길이는 2008년까지 비교적 잘 유지돼 왔다.

하지만 2009년 KBS2TV에서 방영된 ‘꽃보다 남자’부터 치마가 허벅지가 드러날 만큼 껑충 짧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 ‘공부의 신’에서도 짧은 교복치마 추세는 이어졌으며 2011년, 2012년에 걸쳐 제작된 ‘드림하이1,2’에서 하의실종 교복이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여학생으로 출연한 아이유, 수지 등이 입은 교복치마는 총 50㎝도 안 되는 길이로 알려졌다. 일부 시청자들은 ‘(lky****)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지만 교복이 너무 짧은 것 아니냐’ ‘(mam***) 이런 식으로 학생들의 하의실종을 부추기지 말라’고 지적을 쏟아내기도 했다.

게다가 가요프로그램이나 쇼프로그램에도 짧은 교복치마를 입은 연예인들의 등장하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었다. 심지어 학생 신분의 연예인들도 ‘하의실종’ 교복을 입고 출연해 정작 TV를 시청하는 이들을 불안하게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이영순(56, 여, 경기도 남양주) 씨는 “고등학생 나이의 여자 연예인이 짧은 교복을 입고 나오는 것을 보면 혹시나 속옷이 노출될까 봐 보는 내내 불안하다”며 “교복을 교복답게 입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2011년 제작된 ‘드림하이1’ 출연진들이 교복을 입은 모습. 이 교복은 아이비클럽에서 협찬했다. (사진제공: 아이비클럽)

◆ 교복4사, 짧은 치마교복이 자랑스럽다?

곳곳에서 이처럼 광고물이나 TV에 노출되는 짧은교복을 문제 삼고 있음에도 정작 교복업체는 이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로 ‘공부의 신’ ‘드림하이’ 등의 드라마에 나오는 교복을 협찬한 아이비클럽 등은 배우들이 짧은 교복을 입고 있는 사진과 함께 홍보글이 실린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홍보하는 데 열을 올렸다.

교복 하의실종의 대표 드라마로 꼽힌 ‘드림하이’의 교복 디자인을 맡은 교복 브랜드 아이비클럽 임미연 디자이너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명 ‘하의실종’ 패션으로 점차 일본 교복 패션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아이돌 스타가 많이 출연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10대 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교복 패션이 유행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결국 짧은 교복치마를 입은 연예인이 등장시킴으로써 학생들의 모방심리를 조장해 판매고를 올리겠다는 심산을 증명한 셈이 됐다.

하지만 실제 교복4사를 대상으로 이같이 짧은 교복치마를 제작, 노출하는 이유를 묻자 모두 끝까지 직답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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