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보면 각 개인마다 특징적인 장점이 있다. 그 장점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장점이라면 별로 특별한 감동이 없다. 그저 좋은 사람이라는 것으로만 대통령이 될 수는 없고 경제전문가라고 해서 대통령이 될 조건이 충분한 것도 아니고 종합적인 행정가라든지 전문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대통령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대통령을 악기를 다루는 사람에 비유하자면 각 악기의 특징을 알고 곡을 선택하고 조합해서 음악을 완성하는 지휘자에 비교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완벽한 지도력을 갖춘 대통령은 없었다. 전임대통령의 문제점을 잘 이용하고 전임대통령과 다른 리더십을 발휘하면 그것은 강점으로 작용해서 차기 대통령에 유리하게 작용해왔다.

냉전시대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고 통용이 되던 시대였다. 민주화 시대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 없는 부드럽고 대중적인 리더십이 요구되었다. 역대 대통령은 이런 요구에 부응해왔고 잘 이용해 왔다고 보인다.

현 시대의 상황은 냉전시대가 아니고 독재의 시대도 아니고 더욱이 민주화의 시대도 아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민주화 시대의 리더십을 고집하고 있다. 민주화 시대의 리더십은 국민들을 결집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소득은 향상되었으나 상대적인 박탈감과 분배구조의 문제가 있고 국민들의 생활의 기대치는 높아가고 있으니 대통령의 역할도 복합적으로 다양한 리더십을 요구받게 된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직‧간접적인 다양한 경험과 경륜을 갖춘 사람을 필요로 하게 되고 잘 훈련되고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적임인 시대에 와 있는 것이다.

이런 조건 외에도 국민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요구에 대해서 조정할 줄 아는 통합‧조정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목소리에 대해서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위민의 리더십도 필요하다. 국제정세에도 밝아서 국제질서에 부응하는 세계관을 가진 열린 리더십도 갖추어야 한다.

특별히 남북의 대치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관은 더욱 중요하며 대북전략과 전술에도 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북한에 대해서 냉정과 온정을 잘 구분하여 대처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과거에 북한에 대하여 일방적인 양보와 지원을 했던 정권과 강하게 압박했던 정권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이 차기 지도자의 중요한 자질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건국과 근대화 과정과 민주화 과정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폄하하거나 격하시키는 사람은 지도자의 자질이 없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통성을 부인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역대 정권에 대해서 부정하려는 행위는 역사를 부인하는 것과 같다.

잘못된 지도자는 있었을지 몰라도 잘못된 정권을 탓할 수는 없는 것이다. 좋으나 싫으나 국민들은 정부의 연속성에 대해서 긍정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특정기간의 통치의 역사를 부정하기 시작하면 현재의 역사도 부정당할 수밖에 없다. 국민통합의 역사를 기록해야 할 책임이 차기 대통령에게는 중요한 조건이 될 것이다.

대통령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위에 제시한 조건에 맞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투쟁과 비판에만 익숙했던 사람들이 있고 국민에 대한 헌신이 부족한 사람들도 있고 특별히 국민에게 보여준 성과가 없는 사람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을 하겠다는 욕망은 가득 차 있으니 우려스럽다.
국민에게 무조건 머리 숙이고 국민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하는 것도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대통령은 국민을 이끌고 나가야 할 지도력이 요구된다. 전 국민의 뜻이 같을 수 없으면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민주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통합하려는 자세와 결단력, 민주적 의지가 충만한 정치적으로 잘 훈련된 사람이 대의를 품고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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