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중 씨가 호주에서 거리공연을 마치고 관람객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 Crazy Mr.J)

거리공연가 김광중 씨
3년간 호주서 마술공연 펼치며 태극기로 한국 알려
2달간 유럽 방문… ‘에든버러국제페스티벌’에 도전

[천지일보=김성희 기자] 한강의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던 6월 어느 주말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 한 남자가 등장했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분주히 마술 도구를 챙기고 앰프를 점검하던 그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호기심 반 재미 반 마음이 동한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 귀를 기울이며 그의 행동에 주목했고 곧 여기저기서 함성과 웃음이 터져 나왔다.

순수한 미소와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마술을 선보이며 좌중을 사로잡는 그는 거리공연가 김광중(26) 씨.

고등학교 2학년 때 후배를 통해 마술을 접한 후 매력에 빠져 2시간 걸리는 거리의 대학교 마술동아리를 찾아가 하나씩 마술을 익혔다. 또 배워온 마술은 학교에 오면 반마다 돌며 보여줬다. 지금 돌아보니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훈련을 한 것 같다는 그는 축제에서 연예인 버금가는 인기를 얻으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군 제대 후 한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거리공연이 보고 싶었던 그는 무작정 호주로 갔다. 처음 호주로 향할 당시 연고도 없었고 언어의 장벽까지 높아 스케치북에 친구가 써준 멘트로 관객과 의사소통을 했다.

“영어도 못하는 상황에서 첫 공연을 시작했어요. 스케치북에 글을 써서 보여주며 공연을 진행하는데 이 모습을 본 한국인이 다가와 통역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어요.”

호주에서의 3년은 그에게 많은 경험과 자신감을 가져다줬다. 또 한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거리공연을 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지닌 사람을 만나 왔지만 최고의 반응을 보여준 관객은 역시 한국인이란다.

“공연에서 태극기를 들게 된 이유는 해외에 나와 있는 한국 사람만이라도 감동을 주고 싶었어요. 해외에서 보는 태극기는 한국에서 볼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을 주거든요. 또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주며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려고 태극기를 들기 시작했어요.”

유럽 페스티벌 참가를 앞두고 잠시 한국에 들어와 거리공연을 하고 있는 김 씨는 거리공연 문화가 자리 잡히지 않은 한국 현실에 안타까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공연자와 관람객의 안전을 위한 보험제도가 갖춰져 있고 거리공연의 특성인 자율적인 공연 스케줄을 보장해주는 시스템, 오디션 문화 등이 자리 잡은 유럽과 달리 법규도 문화도 정착돼 있지 않은 것이 한국 거리공연 문화의 현실이다.

“한국은 공연을 진행할 장소는 많아요. 하지만 거리공연을 하는 사람이 없어 저 한 사람의 공연을 위해 법적인 규칙을 정하는 건 사실상 어렵죠. 그리고 거리공연은 그날 날씨나 상황에 따라 진행하는데 유럽은 기간을 정해주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반면 한국에서는 한 달 전에 신청해야 공연을 할 수 있어요.”

거리공연자가 늘어나면 문화가 생겨나고 정책이 만들어져 결국엔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는 김 씨는 해외 공연을 통해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한다.

3년간 호주에서 활동한 그는 이제 유럽으로 눈을 돌린다. 7월 초 2달여 일정으로 유럽에서 열리는 여러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든버러국제페스티벌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전까지는 제 공연 수준이 에든버러에 참가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작년 거리공연 페스티벌에서 4등을 하고 난 뒤 자신감이 생겨 도전하게 됐어요. 에든버러뿐만 아니라 두 달 동안 유럽 곳곳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참가로 스케줄이 꽉 차 있어요.”

한국을 알리고자 ‘Korea Mr.J’라는 이름으로 거리에 나선 그는 이제 ‘Crazy Mr.J’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어떤 분야에 있어 최고의 실력을 보이는 대상에게 쓰는 감탄사 ‘Crazy!’.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할 만큼 크고 수준 높은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꿈과 열정이 담긴 이름이다.

“누군가의 인생에 큰 획을 그어줄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자신의 뒤를 이를 젊은 친구들의 멘토가 돼 그들이 자신을 보고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 Crazy Mr.J 김광중씨. 지금의 뜨거운 열정이 그를 만들었듯이 자신이 또 하나의 불씨가 돼 한국 거리공연문화의 앞길을 밝히는 빛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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