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힐링(Healing)'의 개념이 뜨고 있다. 본래 힐링이란 의학용어로서 몸과 마음을 치유(또는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힐링 뮤직, 힐링 아트, 힐링 캠프 등이 알려져 있고, 신문이나 TV 프로그램에서도 힐링이라는 말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힐링이 부각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사회가 복잡해짐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사회 구성원들 간에 충돌과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과다한 정보로 인해 피로감이 누적되는 등의 부작용을 동반한다. 따라서 심신을 이완하여 특히 마음을 편안하고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는 욕구(needs)가 자연스레 생겨난다. 이것이 곧 힐링의 출현 배경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과도한 경쟁이다.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물질적 풍요와 편리한 생활도구의 발전이 급속도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물질과 보다 더 비싸고 귀한 것들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제한된 부와 물질 속에서 편중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고, 사람들은 자신이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였다.

이 과정에서 서로 협력과 상생의 개념보다는 투쟁과 배척의 개념으로 살아가는 자신들을 느끼게 된다. 이 자체가 바로 스트레스다. 누군가를 앞서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낙오되어 뒤처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다른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불신, 아무리 노력해야 소수의 상위 그룹에 들지 못한다는 좌절감, 성취나 목표에 반복적으로 실패하게 되면서 느끼는 우울 등이 모두 다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삶의 방식에 반발하여 사람들은 스트레스 해소와 마인드 컨트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힐링이란 결국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먼저 짚어봐야 할 것과 스스로 갖춰야 할 마음의 자세를 살펴보자.

짚어봐야 할 것은 ‘나는 나의 삶의 방식에 만족감을 느끼는가’ 한 가지와 ‘나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예측하는가’ 한 가지를 들고 싶다. 첫 번째 질문은 자기 만족감, 자아 존중감, 삶의 만족도 등과 관련 있다. 힐링이라고 해서 꼭 정적이고 조용하며 느린 삶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본다. 비록 일상생활은 바쁘게 돌아가고 동적인 삶의 방식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스스로 만족하고 기쁨과 보람을 느끼면서 마음만은 여유로운 사람은 제대로 힐링하는 것이다. 즉 자기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해하며 해석하는 것이 힐링이다.

두 번째 질문은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관련이 있다. 일종의 낙천주의라고도 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에 휩싸여 전전긍긍하는 사람과 미래를 보다 더 발전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비교해 보라. 여기에서 말하는 발전이란 꼭 경제적 측면이 아니라 삶의 만족도, 여유, 주체성 등을 포함한다. 한편, 스스로 갖춰야 할 마음가짐은 자기 자신에 대한 공감, 성찰, 이해, 정당화, 믿음, 허용, 만족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남과 비교하는 마음을 버리고 욕심을 줄여라.

올바른 힐링에 이르기 위해서는 대개 이완-해독-충전의 세 과정을 경험한다. 이완이란 긴장된 몸과 마음을 풀어주면서 편안한 감정 상태에 이르게끔 하는 의미가 있다. 해독이란 마음속의 탐욕과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제거해 주는 의미가 있다. 충전이란 마음에 긍정적 에너지와 활력을 제공해 주는 과정이다. 미래의 세상에서는 내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인드 컨트롤에 능한 사람이 사회적 적응을 더 잘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인간 수명의 연장과도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질수록 삶의 화두는 ‘행복’이나 ‘편안한 마음’ 등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않은 채 불과 같은 열정으로 일을 밀어붙이며 화도 잘 내는 성공한 사업가가 과연 얼마나 사업을 성공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그(또는 그녀)의 정신적 삶은 과연 행복할지에 대해서 사람들은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또 실제로 그러한 사람이 궁극적으로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려워졌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업가, 정치인, 유명 인사 등의 몰락을 우리는 실제로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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