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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없앤 ‘기회균등 실현’에 초점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13일 삼성의 신입사원 채용방식에 ‘기회균등’이라는 혁신의 바람이 불어왔다. 지난 1995년 ‘열린채용’으로 신규채용 문화에 파장을 일으킨 후 두 번째 혁신인 셈이다.

첫 번째 혁신이 관행적 차별을 철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혁신은 학력이나 지역 때문에 태생적으로 불평등을 겪어야 했던 이들에게 동일한 기회가 돌아갈 수 있게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력보다는 ‘능력’을 더 중시하겠다는 삼성의 의지가 담긴 결정이라는 평가다.

약 18년 전 ‘학력’이라는 색안경을 벗어던진 새로운 방식의 ‘열린채용’이 삼성에 의해 처음으로 도입됐다. 채용 시장의 혁신이었다. ‘지방대 출신들은 대기업에 서류도 못 내민다’는 의식이 만연했던 때에 지방대‧전문대생의 최대 장벽이 사라진 셈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삼성 전체 임직원 중에서 지방대 출신 비율은 2007~2011년간 꾸준히 26~27%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공기업에 권장하는 지방대 출신 고용비율(30%)에 근접한 수준이다. 또한 삼성에 이어 다른 대기업에서도 ‘열린채용’ 방식을 속속 도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취업 시장에서 양극화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는 게 삼성의 분석이다. 이에 삼성은 “학력‧지역 등 원천적 불평등 때문에 불리한 경쟁을 하고 있는 계층에게 별도의 취업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하반기부터 열린채용을 더 확대한 개념인 ‘함께가는 열린채용’을 시행할 것”이라 강조했다.

먼저 하반기 3급(대졸) 신입사원 공채부터 지방대학생 채용 비율을 현재의 25~27% 수준에서 35%까지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개인역량보다 출신대학의 통념적 서열로 사람을 평가하는 관행 때문에 취업에서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고 있는 지방대생이 많다”며 “따라서 이같이 학력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있는 지방대생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비율을 확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와 차상위 계층 대학생을 대상으로 ‘저소득층 특별채용’을 처음으로 실시한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해당 제도를 적용해 매년 3급 신입사원 채용의 5%인 400~500명을 저소득층 특별채용으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의 사다리’ 채용도 추진한다. 희망의 사다리는 올해 3월부터 시작된 ‘드림클래스’에 참여하는 저소득층 중학생 중에서 학습 의욕이 높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진 일부 학생을 선발해 고교 진학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징검다리처럼 고등학교 진학 후 그룹 내 각종 장학제도와 연계, 학업을 잘 마치게 돕고, 일부 우수 학생은 자사로 채용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채용 방식이다. 더불어 올해 처음으로 시행한 그룹의 고졸 공채모집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채용이 되더라도 입사 후 차별이 발생하지 않느냐는 점이다. 이에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함께가는 열린채용을 통해 입사한 어떤 직원도 입사 후에는 일반공채 채용자와 차별은 전혀 없다”며 “개인의 존엄과 자존심을 지키며 회사에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열린채용 결과 실제로 삼성직원들 사이에서는 서로 학력이나 출신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학력이나 환경을 따지지 않는 것이 이제는 삼성의 문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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