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하 작가가 성곡미술관 전시관 입구에서 활짝 웃어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성곡미술관서 ‘보이지 않는 것에 묻다’展 열어
정체성 혼란 겪던 시절 셀프사진으로 자아발견
어둠·밝음 작품에 공존… 인간의 삶·운명 살펴보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셀프 사진 작업의 대가 노정하(46) 작가가 성곡미술관에서 모처럼 전시를 갖는다. 성곡미술관은 2012년 여름 전시로 ‘노정하: 보이지 않는 것에 묻다’展을 마련했다.

이번 전시는 노정하 작가의 ‘2011년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 수상기념전으로 사진 고유의 속성인 기록성과 진실성, 그리고 우연성 등을 바탕으로 인간의 삶과 운명을 살펴보려는 노 작가의 사진영상작업 40여 점이 소개된다.

초기부터 꾸준하게 이어온 ‘self(1999-2006)’부터 ‘pin hole(공간, 2003-2008)’에 최근의 디지털 사진영상 작업인 ‘motion photo(2004-2012)’까지 다양한 사진영상설치작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곧 작가의 어제, 오늘과 미래적 운명을 드라마틱하고 풀어내고 있는 작품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노 작가의 전매특허인 ‘셀프’ 사진작업은 특이하게도 작가 자신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당시 정체성으로 혼란을 겪던 시절에 나 자신을 찍음으로써 나를 발견하고 싶었다. 민망하기도 했지만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서 시작하게 된 작업”이라며 자신이 사진 속 주인공이 된 사연을 설명했다.

사진 속 이런저런 소품, 배경들과 함께 등장하는 그는 고전 소설을 많이 읽은 영향 때문인지 자신을 중세시대의 여인 혹은 공주로 액자 속에 등장시킨다. 중세풍의 드레스와 고전적인 프레임, 검자주색으로 주조된 화면은 멜랑콜리(우울)한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어두운 감정을 가지게 할 수도 있는데, “셀프는 내면을 파고드는 작업이라 무겁게 갈 수 밖에 없다. 반면 공간 작업은 사람과의 에너지를 통해 긍정적으로 풀어내고자 해 밝은 면을 볼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곧 작가의 작품에는 어두운 면과 밝은 느낌이 공존하는 셈이다.

이어 그는 “사실 사진은 자극적이어야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가려고 한다. 사진을 보고 위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도”라며 최근의 작업 방향 설정을 밝혔다.

▲ 노정하 작가가 직접 사진 속 주인공인 된 'Love Feast' 작품. (사진제공: 성곡미술관)

그가 셀프작업을 하다가 공간작품 작업까지 같이 하게 된 것은 사실 동시에 벌어졌다. 셀프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뉴욕으로 간 그는 독특한 공간에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두 작업을 같이 진행해왔던 것. 이와 더불어 노 작가는 디지털 시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2004년부터 사진영상작품까지 같이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사진을 보면 우수(憂愁)의 감정이 촉촉이 녹아 있는 듯하다. 사진영상 작업에는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고, 또 볼 수도 없고, 담을 수도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해 보인다.

성곡미술관 박천남 학예연구실장은 “노 작가의 작업은 사진을 통한 자기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다. 사진 속에 담긴 우수의 감정은 그의 철학, 인생관이 내재돼 있는 삶의 그림자나 다름없다. 그의 작업은 곧 긍정적인 멜랑콜리인 셈”이라고 평했다.

15일 전시 시작을 앞두고 노 작가는 “일반관객에겐 사진의 다양함을 통해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볼 수 있을 것 같고, 사진 전문가들에겐 고정된 시각이 있을 텐데, 틀을 깨는 전시가 되었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보이지 않는 것에 묻다’라는 전시 제목처럼 우리가 일상에서도 이면적인 것을 생각하면서 지내야 하지 않을까”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작가의 바람대로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긍정적인 멜랑콜리를 발견하며 각자의 일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전시는 7월 29일까지 성곡미술관 1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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