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선욱] “베토벤 전곡 리스크?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어요”
[피아니스트 김선욱] “베토벤 전곡 리스크?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어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피아니스트 김선욱. (사진제공: LG아트센터)

‘기본’이 탄탄한 베토벤, 곡마다 보물 같아
32곡에 담긴 인생의 희로애락 느끼고파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25세의 젊은 나이에 당당히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를 선언하며 1년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피아니스트 김선욱. 지난 3월 29일에 열린 그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시리즈 첫 번째 공연은 흔히 잘 연주되지 않는 베토벤의 초기 소나타(1-4번)임에도 불구하고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쳤다. 앞으로 장장 2년에 걸쳐 펼쳐질 김선욱의 베토벤 대장정에 대한 기대를 가늠케 하는 순간이었다.

김선욱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시리즈 두 번째 공연은 오는 21일에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어 세 번째 공연은 9월 6일, 네 번째 공연은 11월 8일에 펼쳐지며, 2013년에도 총 4회에 걸쳐 시리즈가 계속된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 시리즈 첫 공연을 앞두고 지난 2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위해 내한한 김선욱에게서 들은 소감과 포부를 정리해보았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이루고 싶은 꿈들이 있었다.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해 피아니스트로서 연주활동을 하고, 그 가운데 25살 때까지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도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2009년 김대진 교수가 지휘하는 수원시향과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곡 전곡을 완주하면서 소나타 전곡 연주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

어리기 때문에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협주곡 완주 후 베토벤에 대해 그리고 협주곡에 대해 보다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듯이 소나타 전곡을 끝내고 나면 또 새로운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전곡 연주를 하는 피아니스트들은 보통 조성을 고려하거나 연주회의 구성을 고려해 유명 소나타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소나타를 섞어서 시리즈를 만든다. 그러나 1번부터 차례대로 연주하는 것을 택한 이유는.

“피아니스트에게 베토벤은 기본이 되는 작곡가다. ‘열정’ ‘월광’ ‘발트슈타인’ ‘비창’ ‘고별’ 등 우리는 베토벤의 많은 소나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곡들이 베토벤에 대해 모든 것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베토벤의 인생은 유년기부터 죽기 전까지 작곡한 소나타 1번부터 32번에 걸쳐서 나타나 있고, 곡 하나하나가 모두 보물과도 같다. 그런데 자주 연주되는 곡과 그렇지 않은 곡을 섞거나 하면, 한 곡 한 곡의 가치가 유명 곡에 묻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1번부터 차례대로 따라가며 한곡 한 곡에 숨을 불어넣고 싶었고, 관객들과 함께 이해하고 즐겨보고 싶었다.”

-베토벤의 음악 인생을 초·중·후기로 나눌 때 초기에 해당하는 2~3개 곡을 제외하면 많은 초기 소나타들이 자주 연주되지 않고 있다. 초기 소나타들의 매력은 무엇인가.

“자주 연주되는 중․후기 소나타는 자유로워진 구성, 심지어 슈만과 슈베르트보다도 혁신적인 화성 등 그 시대로 봐서는 앞을 내다보는 매우 선구자적인 곡들이다. 한편 초기 소나타에는 ‘기본’이 무엇인지가 모두 들어있다. 장엄하게 시작하는 8번 ‘비창’ 소나타부터 조금씩 변화가 있지만, 1번부터 7번까지는 고전적인 소나타 형식에 정확히 들어맞는 구성을 갖추고 있다.”

-거장이든 신예든 피아니스트들은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끊임없이 녹음하고 연주하고 있다. 왜 이렇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 열정을 쏟는 것인가.

“한마디로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곡 하나하나마다의 매력을 알면 안 할 수가 없다. 적절한 예가 아닐 수도 있지만, 리스트는 인생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소나타 하나(b단조 소나타)에 담았다. 하지만 베토벤은 한 곡에 나타낸 게 아니라 1번부터 32번까지 전체에 담았다. 그리고 그 32곡에 담긴 인생의 희로애락은 지금 이 시대까지도 살아있다. 베토벤은 기쁘고, 분노하고, 아프고, 슬프고 등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직설적으로 음악에 나타낸다는 점에서 매우 인간적이다.

또한 베토벤 이전에 J. S. 바흐라는 거대한 산맥이 있긴 하지만 베토벤 이후의 작곡가들, 특히 슈만이나 브람스의 곡은 베토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제대로 연주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전곡 연주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연주자들이 베토벤에 열정을 쏟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를 앞두고 다른 연주 때와 어떻게 다른 느낌인가.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의 솔리스트나 기념 연주회 등이 아닌 피아니스트 개인으로서, 또 청중과 교감하는 연주자로서 의미 있는 공연을 하고자 오랫동안 기다려 온 프로젝트다. 베토벤은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이지만 기본이 되는 음악이고, 베토벤을 연주할 때의 희열은 다른 작곡가의 음악과는 차원이 다르다.

32개 곡을 모두를 해낸다는 의미보다는 1번부터 32번까지 2년간의 연주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물론 여기엔 엄청난 부담감과 리스크가 따르지만, 아직 젊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관객과의 교감에 대해 기대가 남다르다.”

▲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연주 모습. (사진제공: LG아트센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