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가 심상치 않다. 이번 위기가 세계 대공황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우려감마저 나돌고 있다. 말 그대로 세계 경제의 시한폭탄이 된 모양새다.

이번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바라봐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역시 스페인과 유사한 위기에 직면할 위험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거품이 터지면서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던 스페인의 5년 전 재정 건전성이 우리나라와 비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1인당 소득, 인구 규모가 비슷한 스페인은 2007년 정부부채/GDP 비율이 36%였음에도 재정위기에 봉착했다.

더욱이 한국은 내수부진 현상이 길게 지속되며 가계부채 문제가 비등하고 있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0년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1%로 OECD 평균(73%)보다 8%p 높았다. 이는 최근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85%)과 비슷한 수준이다. 표면상 한국 경제의 재정상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재정건전성은 예전에 비해 매우 나빠졌다는 얘기다.

게다가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4월 말 기준 0.89%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상황이고 6개 전업카드사의 연체율도 지난 3월 말 현재 2.09%로 지난 2009년 말 이후 처음으로 2%를 넘어섰다.

이처럼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다는 것은 빚을 내 생활비를 충당하다가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지금처럼 세계경제 침체가 지속되고 국내경제 회복이 지연될 경우 가계부채가 경제위기의 시작점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려면 대출 억제와 채무 조정 등 가계 대출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더해 근본적으로 성장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가계의 부채를 줄여나가야 한다. 정부 당국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상시 구조조정 체계를 구축해, 제2의 IMF가 오지 않도록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권도 ‘아직, 안전하다’는 말은 그만하고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지난 1997년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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